‘리베이트 무기명투표’에 업계 표정 엇갈려

CP 체계적 대응 ‘상위사’ 위주…중소 제약사 반발 극복은 과제

2016-04-19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제약협회가 최근 리베이트 의심 업체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면서 상위-중소 제약업체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14일 개최한 2015년 제2차 정기이사회에서 ‘불공정거래 사전관리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투표에는 48개 이사사의 최고경영자 및 대리 참석자가 참여했으며, 인당 최대 3개 업체까지 기록할 수 있게 했다. 결과는 공개하지 않으며 제약협회장만 열람할 수 있다.이날 조순태 이사장(녹십자 부회장)은 “검찰, 국세청의 ‘리베이트 산업’이라는 매도와 언론의 지적에서 벗어나 스스로 리베이트를 척결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라며 투표 실시의 배경을 설명했다.논란의 지점은 상위사와 중소업체가 처한 환경의 차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상위사들은 ‘리베이트 영업’에서 자유로운데다, 공정거래 자율준수(CP)를 위한 조직적 노력도 수월하다.실제로 4월 현재 CP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제약사는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ST, CJ헬스케어, JW홀딩스 등으로 대부분 상위사 중심이다.이번 투표에 참여한 중견 제약업체 관계자는 “CP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조직 내 CP 전담 팀을 구성하고 주기적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투표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반면 중소 제약사들은 소비자들이 오리지널·상위사 의약품만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제네릭 의약품을 영업할 때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현실적으로 중소업체는 신약 개발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기 어려운데다, 리베이트 업체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낙인이 찍힌’ 업체가 불이익을 당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중소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리베이트 안 하고 신약으로만 승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투표까지 진행한다는 것이 지나친 것 같아 서운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또 “비밀 투표라고 하지만 업계 내에서 결과가 소문이 날 수도 있고, 단지 소문일 뿐인데 매도를 당해 불이익을 보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업체만 선정하겠다는데, 적게 지목된 업체도 어쨌든 크기의 차이일 뿐 제보가 된 건 사실인데도 특정 업체만 주의를 준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한편 제약협회 측은 향후 분기마다 열릴 정기 이사회마다 리베이트 무기명 투표를 실시할 방침을 세워 앞으로 투표가 진행될 때마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제약협회 관계자는 “투표를 반대하는 측에서도 ‘리베이트 근절’ 자체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개별 회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라면 그것까지 협회가 배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