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포도는 ‘사상 최대’…국산은 ‘반토막’

2015-04-19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칠레산 등 수입 포도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지난해 포도 수입량과 수입액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반면 국내 포도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15년간 거의 반토막이 났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선 포도 수입량은 5만9260t, 수입액은 1억8952만3000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수입량은 5년 전인 2009년(2만8437t)의 약 2배(108.4%), 2004년(9970t)의 약 6배(494.4%)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신선 포도 수입량·수입액도 각각 2만3332t, 7868만3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만8785t·6512만2000달러)보다 24.2%, 20.8% 늘었다.

수입 포도의 원산지는 칠레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신선 포도 가운데 수입량 기준 79.4%(4만7026t), 수입액 기준 80.3%(1억5210만7000달러)가 칠레산이었다.

칠레산 포도 수입은 지난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작년 1월 칠레산 포도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수입 증가세는 더욱 빨라졌다. 지난해 칠레산 신선 포도 수입량은 2004년의 5배 이상(465.4%)으로 뛰었다.

칠레에 이어 미국(2014년 7027t·비중 11.9%)과 페루(2014년 5200t·8.8%)도 많은 양의 포도를 우리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칠레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들이다.

2011년부터 수입돼 최근 포도시장 ‘신흥 강자’로 떠오른 페루산은 미국산(10∼12월)과 칠레산(1∼6월)의 산지 전환기인 11∼2월에 주로 들어온다.

이처럼 수입 포도가 식탁에 더 자주 오르는 사이 우려했던 대로 국산 포도의 생산 기반은 약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포도 재배 면적은 2000년 2만9000㏊에서 지난해 1만6000㏊로, 포도 생산량도 같은 기간 47만6000에서 27만2000t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4년에는 국내 포도 재배 면적이 1만5000㏊까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 반면 신선 포도 수입량은 관세 인하 효과와 수요 증가로 7만9000t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도시 개발과 품목 전환 등으로 포도 재배 면적이 줄어든데다 수입 포도·체리·바나나·망고 등 대체 과일이 늘면서 국내산 포도에 대한 수요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