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병아리 10마리에서 재벌 반열 오른다
2015-04-20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하림이 내년 봄 대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유관 업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꾸준히 늘려오고 해상운송업체 팬오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하림은 6월 팬오션 인수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현재 4조3000억원 규모인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현재 61곳이 지정돼 있다.여기에 편입되면 상호 출자와 채무 보증에 제한을 받는 등 각종 규제에 묶이지만 공식적으로 대기업 반열에 들어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하림은 대기업집단 편입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홍보 인력을 강화, 새로 발생할 각종 규제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계열사는 닭 가공업체인 하림과 사료전문업체 제일사료, 양돈 전문업체 팜스코, 홈쇼핑 업체 NS홈쇼핑 등 총 31개다.이 중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하림, 팜스코, 선진, NS홈쇼핑 등 5개사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닭 가공업체에서 시작한 하림이 성장을 거듭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기까지의 과정은 인상적이다.김홍국(57·사진) 하림그룹 회장이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해 대규모 육가공기업을 일군 일화는 유명하다.김 회장은 당시 병아리를 키워 닭 10마리를 판돈으로 병아리 100마리를 다시 샀고, 그 병아리를 또 키워 파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돼지 18마리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후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육계농장을 설립했고 1986년에는 하림식품을 세워 사육·사료·가공·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닭고기 등 육류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 연매출 4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축산업체로 자리매김한 하림은 지난해 주력 산업과는 다른 업종인 해운운송업체 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하림은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하면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나아가 팬오션의 해운 물류망을 통해 미국과 남미 등에서 곡물을 직접 수입해 동북아에 공급함으로써 하림을 세계 최대 곡물 회사 카길에 버금가는 글로벌 곡물 유통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하림그룹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를 통한 곡물 유통업 진출은 축산·사료업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해외 곡물을 유통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