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계약직 증가율, 정규직 ‘두 배’

은행권 ‘텔러 정규직화’ 흐름에 나홀로 ‘역행’

2016-04-2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권선주 행장 지휘 하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행이 실제로는 은행권의 ‘계약직 줄이기’ 흐름에 홀로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계약직 직원 수는 2012년 말 3628명에서 2013년 말 3923명으로, 그 다음해인 2014년 말에는 다시 4044명으로 2년간 11.4%(416명)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5.4% 가량 증가한 정규직 비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인 셈이다.

이 같은 계약직 직원 증가는 ‘텔러’로 통칭되는 여성 계약직 인원 증가에 기인한다. 2012년 말 3027명 수준이던 기업은행의 여성 계약직은 꾸준히 늘어 2014년 말 3331명에 달한다. 계약직 중 여직원 비중은 2012년 83.4%, 2013년 82.8%, 2014년 82.3%로 80%선을 웃돌고 있다. 이는 점포 신설 등으로 신규 텔러 채용 인력은 늘어났지만, 텔러 정규직 전환을 위한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무기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타 시중은행들은 기업은행과 정 반대의 행보를 선택했다.

실제 신한은행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계약직 종사자는 1648명에 달했으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2013년 말에는 계약직 인원을 859명으로 47.8% 가량 줄였고, 2014년 말에는 다시 계약직을 658명으로 23.3% 줄였다. 같은 기간 정규직의 경우 1만2990명에서 1만3879명으로 889명(6.8%) 늘렸다.국민은행은 2012년 말 기준 5388명에 달하던 계약직 직원을 그 다음해에는 5136명으로 4.6%가량 줄였고, 2014년에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계약직 인원을 903명으로 전년 대비 82.4% 줄였다. 줄어든 계약직 인원은 대다수 정규직 인원에 포함되면서 2012년 1만6305명이었던 국민은행의 정규직 직원은 2014년 2만696명으로 4391명(26.9%) 늘었다.우리은행 역시 2012년 말 기준 계약직 인원은 912명이었으나 2014년 말에는 394명으로 56.7%(518명) 가량을 줄였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550명 늘었다.이에 기업은행 측은 은행별로 통계에 포함되는 직군 분류를 다르게 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텔러 등을 비롯한 기존 무기 계약직 인원을 여타 은행들과는 달리 계약직 항목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같은 업무를 한다고 해도 아예 뽑을 때부터 무기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뽑고 있고, 당연히 복지 혜택 항목 역시 정규직과 동일한데 정규직 통계에 포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텔러 등 여성 계약직 비중이 높은 직군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정규직화 작업을 시행한 은행과 시행하지 않은 은행의 차이일 뿐이지 단순히 통계 눈속임을 하려 새로운 직군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정규직화 된 은행의 해당 직군 종사자들의 경우 승진부터 복지까지 혜택 항목이 정규직과 거의 같기 때문에 승진과 복지 혜택에서 일정부분 차별을 받게 되는 무기 계약직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무엇보다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무기 계약직을 계약직 항목에 넣어 공시한다는 하나은행 마저 계약직 인원은 2012년 말 기준 1618명에서 2014년 말 기준 1603명으로 0.9%가량의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규직은 입사 당시 5급부터 시작하고 무기 계약직은 입사 당시에는 급수 없이 시작하지만 무기 계약직 상태에서도 4급까지 승진할 수 있다”며 “정확한 정규직 전환 비율은 확인이 어려우나 일단 정규직 전환이 될 경우 6급으로 바로 전환되는 만큼 고용이나 승진에 있어서 큰 차별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