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경남기업에 1조3000억 날린 금융권, 책임 없나?

워크아웃 앞두고 서진원·이순우·임종룡·홍기택 등 집중 접촉

2016-04-2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로비 의혹이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채권은행들의 손실에 대한 금융당국과 개별 은행들의 책임론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이 자본 전액잠식 등의 사유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데 이어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채권은행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채권단이 경남기업에 빌려준 전체 여신은 1조3000억 원에 이르지만 법정관리 기업 채권 원금회수율은 일반적으로 10%에서 20%를 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은행별로는 수출입은행이 520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761억원, 산업은행 600억원, 농협은행 522억원, 수협중앙회 455억원, 국민은행 421억원, 우리은행 356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이들 채권단은 이미 8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 대출금 1000억원을 업체 지분으로 바꿔줄 당시 액면가인 주당 5000원으로 가치를 매겼으나 상장폐지 후 정리매매 기간 채권단 평균 매각가는 주당 666원으로 매입가의 8분의 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수출입은행은 201억여원으로 가장 큰 손실을 봤으며,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129억.원, 127억여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문제는 이 와중 성 전 회장이 2013년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금융당국 및 금융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난 기록이 최근 드러났다는 점이다.이 ‘성완종 다이어리’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인 2013년 9월 3일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만났다. 김 전 국장은 감사원에서도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 외압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성 전 회장은 같은 날 렉싱턴호텔 양식당에서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만났고, 그 달 12일에는 임종룡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13일엔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만났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과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과의 만남 역시 해당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다. 모두 경남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의 최고경영자들이다.이에 대해 해당 은행들은 성 전 회장이 당시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이었던 만큼 만나자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일단 응했을 뿐, 실제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채권단의 손실이 성 전 회장의 불법 로비로 인한 금융권 인사들의 특혜 제공 과정에서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실제 최근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난해 1월 신한은행으로부터 경남기업 실사 결과를 중간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처리하라고 요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실사를 맡은 A회계법인과 신한은행이 대주주 지분의 무상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거부한 채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성 전 의원 측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의혹의 핵심이다.결과적으로 지난해 2월 경남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무상감자 없는 1000억원 출자전환과 3800억원의 신규자금 수혈을 포함해 6300억원대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접촉한 인물들이 워크아웃을 담당하는 금감원 국장과 채권은행들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이었던 데다가 성 전 회장의 당시 신분이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점을 미뤄 보면 성 전 회장이 압력을 행사해 무리한 지원을 이끌어 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