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질환, 계절·나이·성별 가리지 않는다

2007-01-15     김경식 기자
[매일일보=김경식 기자] 추운 겨울철, 나이 많은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왔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이 최근 들어 계절,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회장 허승곤,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2006년을 ‘뇌건강의 해’로 선포하고 관련 자료 분석과 임상경험을 통해 ‘뇌혈관질환의 6가지 새로운 경향’을 발표했다.

학회가 발표한 뇌혈관질환의 새로운 경향은 ▲여성 뇌혈관질환자 증가 ▲젊은 사람도 안심 못한다 ▲서구형 뇌졸중(뇌경색) 급증 ▲뇌졸중 계절이 따로 없다 ▲외과적 예방치료 각광 ▲무증상 뇌경색 환자 늘어 등 6가지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최근 전국 8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뇌동맥류(뇌졸중의 일종)로 내원한 1,996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환자(1,236명)의 비율이 남성환자(760명)보다 61%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나온 것으로 대표적인 뇌혈관질환 중의 하나이다.

‘특정사인에 의한 연령별 사망확률’에 대한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서도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여성사망확률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3년 현재 45세 여성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17.84%로, 암(癌)으로 인한 여성 전체 사망확률 15.52%보다 높아 전체 여성사망확률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여성 역시 18.05%로 암으로 인한 전체 사망확률 13.67%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남성의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28.39%, 65세-26.73%)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15.26%, 65세-16.22%)보다 크게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허승곤 회장은 “여성이 뇌혈관질환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노인질환으로만 인식돼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 발병 연령층 역시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동맥류의 발병 평균연령은 53세로 한창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층이었다. 40세~60세의 중장년층이 54.7%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의 고령이 32.6%를 차지했으나, 39세 이하도 12.7%나 됐다. 특히 뇌혈관 기형 등으로 인한 뇌출혈은 10~30대에 주로 발병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 역시 뇌혈관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과거 관리를 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많았던 시절,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비율이 전체 뇌졸중의 70~80%로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예전과 다른 변화였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2000~2005년 사이의 뇌혈관질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지출된 요양급여실적은 2000년 2천121억원에서 2001년 2천292억원, 2002년 2천509억원, 2003년 3천248억원, 2004년 3천500억원, 2005년 4천억원(추정치)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뇌경색의 청구건수는 2000년 6만3천606건에서 2001년 6만9천241건, 2002년 8만2천182건, 2003년 10만3천778건, 2004년 1만2천290건, 2005년 9만5천875건(3/4분기 현재)으로 급증하고 있어 뇌출혈 청구건수와는 무려 4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허승곤 회장은 “뇌경색이 증가하는 이유는 뇌영상 진단기법의 발달에 의한 조기진단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 환자 발생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학회에서는 또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은 보통 11월~2월 사이 겨울철에 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특정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들은 1년 내내 특별히 주의할 것으로 당부했다.

그 동안 뇌혈관질환에 대한 외과적 치료는 주로 뇌졸중 발병 후 치료 목적으로만 인식돼 왔으나, 최근에는 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병하기 전에 조기 진단후 뇌동맥류 결찰술, 뇌혈관 문합술 등의 적극적인 외과적 치료로 뇌졸중 발병 자체를 막는 등 뇌졸중의 발병과 재발을 막고 증상개선을 돕는 ‘예방을 위한 외과적 치료’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 역시 뇌혈관질환의 새로운 경향이었다.

학회는 이 밖에 뇌졸중을 일으켜서 입원한 환자의 약 11%에서 뇌 촬영상 이미 이전에 ‘무증상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들로 그 비율이 늘고 있는 점을 꼽았다.

허 회장은 “뇌출혈, 뇌경색 등의 뇌혈관질환은 치사율과 후유증이 높은 질환임에도 조기 응급처치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병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뇌졸중 발병으로 인한 사망률과 반신마비 등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을 통해 뇌졸중 발병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이라고 강조했다.

뇌혈관질환은 5분마다 1명 발생하고, 15분마다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유병률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다. 특히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률 1위에 올라 있으며, 후유증이 심각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 및 사회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서는 2006년을 ‘뇌건강의 해’로 선포하고 1월, 2월 두 달간 집중적으로 뇌혈관질환 예방과 인식극복을 위한 대국민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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