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유통공룡 신세계가 최근 경남 김해여객터미널 부지를 소리 소문 없이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부지는 오래전부터 땅 소유권과 개발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 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곳이기 때문. 여기에 현 소유권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눈초리는 보다 더 따갑다. 당초 이 부지는 김해시와 박 전 회장 공동으로 ‘현대식 여객터미널’ 건립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최근 박 전 회장이 신세계에 이 부지를 몰래 매각함으로써 김해시의 뒤통수를 쳤다. 이에 발끈한 김해시는 해당부지가 도시계획상 자동차정류장 부지로 돼 있으므로 이 이외의 목적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따라서 신세계가 앞으로 이 부지를 개발하는 데 있어 적젆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주)신세계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간에 하나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대상은 박 전 회장이 소유한 경남 김해시 외동 1264번지 일대 1만1천여평 부지. 이 부지의 일부는 현재 김해여객터미널로 임시 사용되고 있다.해당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12월 21일 박 전 회장 외 1인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한달여만에 신세계에 되판 것으로 나타나 있다.또, 신세계는 박 전 회장 외 1인을 상대로 292억여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뒀다. 신세계, 박 전 회장 땅 몰래 매입, 온갖 설 난무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온갖 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 전 회장과 신세계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설에서부터 박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창구 중의 하나였을 것이란 의혹설. 나아가 신세계가 이 부지를 사들인 이유가 ‘롯데’때문이라는 견제설등 무수한 설들이 분분하다. 사실 이 부지는 오래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곳이다. 김해시는 지금으로부터 22년전에 이미 이 부지를 ‘현대식 여객터미널’ 건립부지로 점찍어뒀다. 이리하여 2001년경 김해시 부원동 새벽시장 일원에 있던 여객터미널을 도시계획상 주차장 용도로 고시된 외동 1264일원 토지공사 소유인 현 터로 이전하게 됐고, 김해시는 전체 2만2천5여평 중 5천평을 토지공사와 임대 계약을 맺고 임시 여객터미널로 사용하게 됐다.하지만 2002년 10월경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이 340억여원을 들여 이 부지를 사들이면서부터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대지 상태에서 양도되어야 할 부지에 일부 건물이 철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잔금 3억원을 남겨둔 채 등기이전이 미뤄져 왔던 것. 다시 말해 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전까지 등기부상 소유권자가 토지공사로 돼 있었다. 이렇게 됨에 따라 김해시는 토지공사에 임시 여객터미널 임대 계약에 따른 1억2천여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꼬박꼬박 물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해시가 수년째 거액의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여객터미널을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를 다시 곱씹어 박 전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해 차명으로 이 땅을 사들였고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해 마지막 남은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소유권을 고의로 이전해 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 김해여객터미널 부지, 신세계가 몰래 매입해 논란
뒤통수 맞은 김해시, 계획했던 ‘현대식 여객터미널’ 외에는 절대 불가 입장 밝혀 난항 예고
이런 의혹과 비난이 일자 김해시는 박 전 회장과 이 부지를 놓고 당초 계획됐던대로 ‘현대식 여객터미널’을 짓기로 합의를 봤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지역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지난 1월 22일 박 전 회장과 신세계간 매각 진행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해시는 불쾌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각진행 사실이 몇몇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 전 회장이 투기를 통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 제기에서부터 김해시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비난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안 김해시는 지역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급기야 시장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지난 8일 김종간 김해시장은 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 자리에서 당초 계획대로 여객터미널 건립을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김 시장은 “최근 언론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해당 부지에 대해 따로 언급할 내용은 없지만 시는 여객터미널을 건립하기 위해 전 행정력을 쏟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시 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회장과 신세계간 해당 부지에 대한 계약체결 소식은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박 회장에게)뒤통수를 맞았다고 표현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당초 계획했던 대로 여객터미널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땅을 매입했는지는 아직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이 부지가 도시계획상 자동차정류장 부지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는 대형 유통시설 등 복합상가 건축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신세계, 매입 진짜 이유 ‘롯데 견제’?
그렇다면 신세계는 도대체 어떤 목적에서 이 땅을 매입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유통기업인 신세계가 이 부지를 매입하기 이전에 이미 사전조사를 통해 각종 이해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터인데,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매입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업이 사업을 위해 (이 부지를) 매입한 게 무슨 잘못이라도 있냐”고 반문하며 “절차상 문제도 없을뿐더러 아직 사업계획서를 (김해시에)제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업시설을 짓기 위해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한 부지가 자동차정류장 부지로 지정돼 있다고 해서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땅 소유자인 박연차 회장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하지만 신세계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의심의 눈초리는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부지를 매입하고 나선 까닭은 롯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추측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해시는 부산과 울산, 밀양, 마산, 창원등에 둘러싸여 지역 특성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KTX 등 교통의 발달로 인해 유동성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김해시의 경우 영남지역 발전 가능성 1순위 지역으로 꼽힌다. 때문에 신세계는 김해시로 들어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해당 부지를 매입하게 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업계 최대 라이벌인 롯데가 탄탄한 자금력과 대단위 유통망을 앞세워 부산 상권을 비롯한 전국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라이벌인 신세계로선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따라서 롯데의 영남지역 상권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맥을 차단하려는 노림수가 숨겨져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일각, 박 전 회장 비자금 조성, 유착설 등 의혹과 견제설 등 갖가지 분석 내놓아 눈길
신세계, “정류장부지라해서 상업시설 지을 수 없는 건 아냐…확대해석 말아 달라” 당부
하지만, 신세계의 계획대로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김해시가 강경한 태도로 막아서고 있기 때문. 신세계로선 이 부지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다면 이 부지를 애써 사들인 이유가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김해시와 신세계간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법정공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이 부지가 현재 박 전 회장의 투기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당국까지 나서는 최악의 경우의 수도 예상되고 있다.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한편, 각종 의혹에 휩싸인 땅 소유자 박 전 회장측은 매각 배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박 전 회장의 대리인 문기봉 고문은 지난 9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구조조정 1순위인 불용자산을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김해 여객터미널 부지와 관련해 여러 가지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이익을 위해 개발을 추진한다면 현재의 시각으로는 특혜성 시비의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개발을 추진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불용자산이 돼 엄청난 금융비용과 지속적인 세간의 이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또, 매도금액과 매각 이익과 관련해서는 “박 전 회장의 지분인 3만 7,165.8㎡(1만 1,242.6평)으로 매입비용 183억 원에 매도금액은 449억 7천만 원으로, 세전매각이익은 266억 7천만 원이며 순수익은 양도소득세와 주민세, 투입기간이자(기회비용.약 8년)를 제외하고 65억 7천만 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