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 900원 붕괴]일본과 직접경쟁 기계·석유화학 타격

국내 수출기업 32.2% 원·엔 환율 영향

2016-04-2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2008년 이후 7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23일 오전 7시50분 기준 외환은행 고시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75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8년 2월28일 889.23원 이후 7년2개월만이다.원·엔 환율은 2012년 6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로 통칭되는 일본의 확장적인 경기부양책과 맞물린 양적완화로 엔화가 약세를 기록하면서 100엔당 900선 아래로 하락했다.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6조7825억원에 달하는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겨 원·엔 재정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시점이다.한국은행은 이달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수출규모(통관기준)를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5620억 달러로 예측했다.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포함해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국내의 수출 기업 453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수출기업 중 32.2%가 원·엔 환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연구소는 “엔화 결제 비중은 3%로 유로화 결제 비중(5.3%)보다 낮고, 일본 수출 비중도 5.6%로 유럽(9%)보다 낮지만,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아 원·엔 환율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수출경합도란 양국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경합도가 0.5이면 양국 수출품 구성이 50% 유사하다는 뜻이다.한·일 수출경합도는 2008년 0.446, 2013년 0.501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원·엔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기업들은 100엔당 원화 환율이 2014년 연평균 996원에서 2015년 900원으로 약 10% 하락한다면 수출액은 평균 4.6%, 영업이익은 평균 3.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산업별 수출액 감소는 일본과 수출 경합이 높은 기계류(8.7%)와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문화콘텐츠(6.7%), 석유화학(6.3%), 선박(4.7%)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평균 900원대까지 떨어지면 연평균 총수출이 8.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과 우리 기업의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일부에서는 원·엔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한국경제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전일 크래이그 챈 노무라 외환 스트레티지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4월 한국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원·엔 환율이 800원 수준에서 12개월 동안 유지되더라도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35%포인트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 전망은 현재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