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패션기업, 잇단 악재에 사면초가
경영난 악화 상폐 위기·오너 리스크 등 잡음 속출
2016-04-27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내 중견 패션기업들이 잇단 대내외 악재로 사면초가에 빠졌다.27일 업계에 따르면, 토종 SPA(제조·직매형의류)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은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동대문 평화시장 출신인 박상돈 대표이사가 세운 이 회사는 한때 매출액 2000억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으나, 해외 SPA 브랜드의 공세와 대표이사 부부 사이의 경영권 분쟁 등이 벌어지면서 사세가 휘청이기 시작했다.코데즈컴바인의 지난해 매출은 1032억 원, 영업손실은 299억 원, 당기순손실은 238억 원으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본총액은 52억 원, 부채총액은 658억 원이다.회사 측은 주주총회에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투자자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실제로 회사는 지난 2013년 장안동에 소재 ‘바우하우스’ 빌딩을 패션그룹 형지에 777억원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알짜로 꼽히던 속옷 사업 부문을 250억원에 팔았다. 2년 동안 1000억원 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재무구조 개선 상황은 여전히 답보상태.특히 코데즈컴바인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위기타개책의 일환으로 신사업 부문을 추가해 반전을 노렸지만 끝내 가결에는 실패했다.한편, 코데즈컴바인은 유니클로, 자라 등 해외 SPA 브랜드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경영난 악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새 활로 찾기로 나섰던 중국 진출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여성복 ‘아놀드바시니’, ‘예쎄’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아마넥스도 지난해 10월 ‘노티카아웃도어’의 부진 영향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아마넥스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동생인 최병구 회장이 운영하는 업체로, 당시 회사는 이미 포화상태인 상태인 아웃도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신생브랜드로서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게다가 회사는 얼마 전 미국 VF사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의 문제로 법정소송에도 휘말렸다. 지난 2012년 VF의 노티카와 3년 6개월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545억원의 소송이 걸린 것.아마넥스는 ‘노티카’를 중단하는 등 기업회생을 위한 조치를 취하며 다시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는 한편, 초심으로 돌아가 기존의 여성복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베스띠벨리’ 등 여성복으로 유명한 신원그룹은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박성철 회장은 최근 11억원 규모의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신원의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족·지인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고도 증여세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국세청은 박 회장이 회사 지분을 편법 소유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송모씨와 회사 관계자 등에게 증여세 탈루 혐의로 190억원가량을 추징했다.이번 조세포탈 혐의로 신원그룹은 오너일가에 대한 도덕성과 동시에 기업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졌다.한편 지난 2010년 중견 패션업체인 톰보이와 쌈지 역시 장기 불황과 글로벌 SPA 브랜드의 홍수 속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톰보이는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해 2012년 사업을 재개했으며, 지난해 6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