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골프장 허가'진실게임'
신격호'돈되는 사업이면 다 한다'비난
2007-01-16 권민경 기자
신 회장은 울산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새해를 맞았는데 당시 박맹우 울산시장과 정갑윤 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신년 인사를 위해 신 회장을 방문, 고향에 대한 투자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 등의 요청에 신 회장은 울산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동생(신준호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의논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시장은 신 부회장에게 울산시가 추진 중인 초고층 타워 건립에 롯데의 협조를 당부했고, 신 부회장은 이에 관심을 보이며 롯데가 울산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립 계획에 울산시의 협조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신 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가 “고향을 챙기는 것은 뒷전이고, 골프장 허가와 투자를 빅딜하려는 것 아니냐” 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울산시 일부에서는 “신 회장은 돈 되는 사업에만 투자한다” 며 ‘반 롯데’ 정서까지 형성되고 있는 전해진다.
롯데가 울산시에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은 10년 전인 지난 1996년이다.
당시 울산시는 울산공용터미널 민자유치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었지만 이들을 따돌리고 롯데가 선정되면서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울산 시민들은 롯데그룹의 총수 신 회장은 ‘울산이 낳은 인물’이라며 롯데의 울산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롯데는 백화점과 호텔, 할인점 등을 차례로 진출시켰고, 지난해에는 KP케미칼(주)을 인수, 여기에 국내 3대 정유회사인 S오일 인수에도 나서는 등 울산 지역에 대한 기업 투자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롯데가 울산시에 ‘투자’라는 이름 아래 벌여온 사업을 보면 대부분이 사회공헌 투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만을 앞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울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롯데가 이 지역에 진출한 초창기에 롯데에 성원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반 롯데’ 정서라고 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가 또 다시 울산시가 요청한 동양 최대 규모의 초고층 타워 건립 투자를 빌미로 골프장 건립에 대한 협조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롯데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골프장 건립 예정부지는 울산시의 상수원인 사연댐과 인접해 있는 관계로 허가가 불가능한 지역이라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었다.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울산시의 ‘타워’ 건립 사업이 혹 롯데와의 ‘빅딜’ 로 전락될 것을 우려하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롯데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울산 시장이 신 회장을 만나 공식적으로 투자 협조를 부탁한 적도 없고, 신 회장이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공식적 발언도 한 바가 없다” 며 “회사 측에서는 모르는 내용이다” 고 답변했다.
그러나 롯데측은 골프장 사업 뿐 아니라 ‘울산 공용터미널’ 부지에 추진중인 대형 할인점 건립문제도 이번 타워 건립 추진과정에서 해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는 이곳에다 기존 터미널을 헐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대형 할인점을 신축할 계획인데, 현재 교통대란을 우려한 시민 반대 여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롯데는 과거 울산 공용종합터미널 건립 과정에서도 당초 계획했던 공용사업규모를 축소하고 레저 시설을 늘리는 등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며 “이번 타워 건립 과정에서도 또 다시 특혜 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사실 롯데는 지난 96년 울산공용터미널 민자유치 사업자로 울산에 진출할 당시부터 ‘특혜’ 시비가 있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지만 결과는 단독 응찰했던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더욱이 롯데는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당초 계획됐던 것을 바꾸고 공용시설 대신 레저 시설을 늘리며 사업적 이익만을 극대화한다는 비난을 얻은 바 있다.
그렇기에 최근 롯데와 울산시 사이에 흘러나오고 있는 투자 관련 얘기도 일부 울산 시민들에게는 ‘빅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비록 롯데 측에서 이것이 공식적 보도가 아닌 언론과 일부 관계자들의 추측성 얘기라고 해명했음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올 초 신 회장은 그룹 신년사에서 “현장에 귀를 기울이고 비전과 결단력을 가진 인재만이 롯데의 미래를 이끌 수 있다” 고 말한 바 있다.
또 “롯데는 어느 기업보다도 현장에 있는 고객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한다” 면서 “고객으로부터, 협력회사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라” 고 당부했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현장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 또한 해마다 연말이면 고향에 내려와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이 진출해 있는 지역의 민심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롯데 측의 행태를 보면 신 회장이 중시하는 ‘현장경영’ 은 말뿐이거나 혹은 아직 먼 얘기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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