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법대생에 놀아난 미모의 여성들
훤칠한 외모. 해박한 법률지식 검사행세 여성 유인
일부 피해자 "고씨 사랑한다"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
2007-01-16 성승제 기자
잘생긴 외모에 해박한 법률 지식을 늘어놓는 피의자에 대해 피해 여성들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졌으며 일부 여성은 금품까지 뜯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대학교에 다니는 고모(22 법대생)씨는 지난 2004년 1월 인터넷 자료를 통해 검사 신분증과 검찰청 사무원 신분증을 위조했다.
손쉽게 신분증 위조에 성공한 고씨는 가짜 신분증을 인터넷 채팅방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뒤 이를 보고 대화를 신청한 여성들과 채팅을 하기 시작했다.
약 1주일 만에 첫 범행대상을 정한 고씨는 J(25.여)씨를 직접 만나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앞으로 계속 만나자며 인근에 있는 여관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이 진짜 검사가 아닌 것이 들통 나자 다시 가짜 검찰청 사무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현재 법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일반직으로 근무하며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며 "고시공부에 필요하니 매달 50만원씩 달라"고 요구했다.
J씨가 이를 거부하고 만나주지 않자 고씨는 성관계 장면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집으로 보내겠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
고씨는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같은 수법으로 만난 L(32.여)씨와 서울의 한 여관에서 성관계를 한 뒤 피해 여성이 잠든 틈을 타 주머니에 있던 현금 10만원을 털어 달아나기도 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K(23.여)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술과 약을 먹인 뒤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하기도 하는 등 2년여 동안 10여명의 여성들을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사라는 말에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접근해와 그의 엽색행각은 2년간이나 지속됐다.
검사 신분증으로 여성 홀려
그러나 고씨의 범죄 행각은 채팅 사이트에서 검사 신분증을 게재하고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하거나 금품을 뜯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첩보를 접한 경찰의 수사 끝로 막을 내렸다.
특히 피해 여성 가운데는 다른 남자와 약혼까지 한 상태에서 당한 여성도 있으며 일부 피해자는 "아직 고씨를 사랑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씨의 핸드폰과 수첩 등에 연락처가 적혀 있었던 피해자 추정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신분노출'을 우려, 피해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엽색행각을 하는 동안 고씨는 학교에 갈 때도 항상 고급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다녀 학교에서는 그가 부유층 자녀이거나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로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의 상습적인 범행을 반증하듯 그의 집에서는 서울지검 소속 검사신분증 3장과 대구지검 검사신분증 및 사무직 직원 신분증이 각각 5장과 3장, 고급 양복 20여벌이 발견됐다.
고씨는 붙잡히고서도 법대생(?)답게 법지식을 내세우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변호사가 없으면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등의 구실을 내세우면서 조사를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대부분 진짜 검사 신분증을 보지 못했던 여성들은 훤칠한 외모를 한 고씨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성관계를 하게 됐고 이후 전형적인 공갈범으로 변신한 그에게 돈을 뜯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고씨가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위조한 신분증을 사용해왔고 10여개의 은행 통장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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