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부 녹색성장 방침에 대놓고 역행
2년째 “고황유 쓰게 해달라” 떼써?…환경연합 “비용 절감 미미한 반면 배출가스 훨씬 많아”
[매일일보=윤희은 기자] 정부가 '녹색성장'을 화두로 내걸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가 오히려 기존에 사용하던 배출가스가 적은 원료대신 배출가스가 많은 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최근 2년에 걸쳐 꾸준히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SK에너지와 울산 지역업체 한주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울산지역 에너지정책협의회'는 최근 2년간 현재 연료로 쓰고 있는 LNG와 저황유 대신에 고황유를 사용케 해달라는 요구 및 석탄 사용 의사를 정부와 환경단체에 밝혀왔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기존의 LNG와 저황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고황유와 석탄 사용추진에 대한 해명'를 요지로 하는 공개 질의서를 SK에너지에 요청했다.
11일자 공개질의서에서 환경운동연합은 “SK에너지는 고황유 사용의 근거로 ‘기업부담의 완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 SK에너지가 쓰고 있는 LNG와 저황유의 가격은 고황유와 비교했을 때 아주 근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며, 이는 SK에너지의 연간 45조 8천억 매출규모에 비교했을 때 영향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SK에너지가 연료전환의 주된 근거로 들고 있는 “고황유를 써도 방지시설을 거치면 저황유보다 아황산가스 배출농도가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운동연합은 “방지시설을 거친 고황유의 이황산가스의 배출농도는 일부 기업들의 주장에 따르면 60ppm 내외로, SK에너지가 직접 발표한 저황유의 3년 평균 아황산가스 배출농도 51.7ppm보다 수치가 높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2020년까지 2005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4%의 감축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SK에너지와 같은 대기업은 그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솔선수범하여 탄소감축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어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개 질의서를 SK에너지에 발송한 상태며, 아직 SK에너지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SK에너지관계자는 16일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현재 작성 중인 상황이지만, 고황유 및 석탄 사용에 대한 기존 입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가 보도가 나가자 이날 저녁 다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 회사의 현재 공식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은 공식입장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SK에너지 관계자는 16일 낮 통화에서는 “석탄 및 고황유 사용을 추진하겠다는 SK에너지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밝히며 “SK에너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울산지역 에너지정책협의회’에서 단체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인데 SK에너지에만 화살이 쏟아지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환경연합측은 "'울산지역 에너지정책협의회'는 SK에너지가 주도적으로 2007년 말 결성한 단체"라고 지적하며 "SK에너지가 울산에서 가장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업체인만큼 원료전환 요구에 대해 대표로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어 질의서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