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울리는 ‘약가 환수법’ 논란

다국적제약사 ‘반발’·구상권 국내 제약사도 ‘불리’ 우려도

2015-05-05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추진중인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을 둘러싸고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격 시행된 ‘허가-특허 연계제도(허특법)’에 따른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 남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만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허특법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제네릭(복제) 의약품 제조사는 오리지널 제조사에 허가 신청 사실을 알려야 하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제네릭은 시판이 중지될 수 있다.여기에 후속조치로 도입된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무효거나 제네릭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 제네릭 제품의 시판을 허가한다. ‘퍼스트 제네릭(처음으로 특허 도전에 성공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9개월간 오리지널과 함께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했다.최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은 이러한 과정 중 특허분쟁에서 진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가 제네릭 판매금지 기간 동안 지급받은 약제비 중 일부를 보험사가 징수토록 한 법안이다.허특법에 따르면 제네릭이 시판될 경우 오리지널 제품 약가는 70% 가량 떨어지나,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으면 오리지널은 9개월간 100%의 약가를 보장받는다. 이에 추후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분쟁에서 질 경우 9개월동안 비싸게 받은 약가분 30%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환수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법안이 발표되자 오리지널 특허권을 다수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김옥연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장(한국얀센 사장)은 “현재 논의되는 법안이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 등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법원이 아닌 정부가 행정처분을 통해 이익의 규모와 시기를 정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수 대상의 약제비는 법에 의해 징수 요건에 해당하는 특허권자에 대해 공단이 과도하게 지급한 건강보험금 ‘손실분’을 징수하는 것”이라며 “직접 손실을 본 공단이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또 “앞서 유사한 법률을 도입한 호주의 경우 법적으로 징수 여부를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했지만, 우리의 경우 징수 ‘요건’을 법으로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 징수하는 방식의 차이”라며 “징수가 과하거나 부당하다면 행정소송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국회 상임위 의결 단계에서 손실액 청구에 대해 제조사와 특허보유자에게 모두 징수하는 ‘연대책임’에서, 판매사가 건보공단에 납부한 손실액 상당액 한도에서 등재특허권자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구상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해 논의 중이다.이 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사에 비해 계약관계 등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국내 제조사들이 제대로 구상권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의혹도 제기되고도 있다.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아직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추측하기 이른 듯하다”면서 “만약 구상권 청구 과정에서 다국적사가 ‘갑질’을 하게 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복지부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약가환수법을 포함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최근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법리적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