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마다 등장하는 ‘금융당국 개입설’
사건에 직접 휘말리거나 봐주기 논란 불거져
2016-05-0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금융당국이 각종 금융 사고나 금융권에 터진 악재에 빠지지 않고 ‘공범’ 혹은 ‘주범’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 검사·제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금융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서는 관치 관행 타파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경남기업 사태에 전직 임원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당시 금융감독원의 특혜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일 채권단 금융기관 임직원 3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하기도 했다.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경남기업 대주주였던 성완종 전 회장 지분을 무상감자하지 않고 출자전환이 이뤄진 배경과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금감원의 의사결정 라인은 최수현 금감원장, 김진수 기업경영개선국장, 최모 팀장 등이었다. 이 중 김 전 국장은 올해 1월 금감원 부원장보를 끝으로 퇴임했으며, 최 팀장은 아직 금감원에 재직 중이다. 검찰이 소환할 예정인 김 전 국장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대외활동을 기록한 다이어리인 ‘성완종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그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신청 직전인 2013년 9월 3일 성 전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금융권에서 불거진 각종 ‘사태’ 마다 금융당국이 제 구실을 못하고 ‘공범’ 혹은 ‘관조자’로 남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모뉴엘 사태 당시에는 관세청과 금융 감독당국이 업무공조 관련 MOU까지 맺어 놓고 실제로는 제대로 공조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만 1100억원에 금융권 여신은 6700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직무유기를 자행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4만여 명이 약 1조3000억원의 손해를 본 동양사태 역시 대표적인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이 동양사태 발생 이전부터 동양증권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정황을 파악했지만 조치하지 않았다며 “일반 투자자가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국이 방조,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실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전현정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달 6일 오후 열린 첫 공판에서 피해자 362명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동양증권 감독의무를 불이행하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며 원고 1인당 100만원씩 총 3억6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지난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역시 금융당국의 정책실패이자 감독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KCB 직원이 5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정보유출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3개 카드사인 KB-롯데-농협카드에서만 정보유출이 발생했던 만큼 ‘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금융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금융사고는 아니지만 한동안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KB사태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금융권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과 관련한 책임론에 이어 오락가락한 징계 수위 결정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국정감사 당시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KB사태는 징계 당사자도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인데 위원 9명 중 검사와 변호사 4인을 제외한 5인은 재경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제재심의위의 KB사태 심의가 ‘봐주기 징계’였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하나금융과 외환은행 통합 논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밀조항을 이유로 정보공개가 어렵다는 해명만을 늘어놓으면서 금융당국이 감독기구로서의 의무이자 권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검사한 직원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특정 이슈에 대해 조치하거나 조치하지 않은 경우 면책할 수 있도록 연내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금융사 검사·제재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할 수 있는 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금융사를 일일이 검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핵심 검사원칙을 정하고 그외 부분에 신축성을 두는 식으로 전환한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사의 자율성은 커지지만 그만큼 사고도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보안책인 셈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검사 방식을 바꾸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관치와 각종 조항 신설로 스스로에게 면피할 구실을 부여한다는 점이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부분의 금융사고에서 금융당국은 관치로 문제를 키우고 안일한 사후 대책을 내세워 면피하는데 열중하고 있다”며 “관치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 금융당국의 관치가 논란이 되는 것은 합리적 개입이 아닌 자신들의 보신주의에 따른 수동적 개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최근의 기업구조 개선법 역시 채권단 동의 50%있으면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조항을 만들어 경남사태로 발발한 금감원의 책임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하나금융이 하나고 등에 불법 공여했던 것이 문제가 되자 시행령을 바꿔 면피하려고 했던 것과 똑같은 패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