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경단녀’ 채용확대로 ‘당국 코드 맞추기’ 나서
질 나쁜 단기 일자리 확산 우려도
2016-05-0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권이 경력 단절 여성 채용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한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 복귀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채용 인원 확대만으로는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여주기식 단기 채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금융권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파트타이머 채용 일정을 밝혔다.KB국민은행은 기존에 파트타이머 인력이 필요할 경우 지역본부 또는 영업점에서 채용 관리를 해왔다. 이로 인해 영업현장에서는 파트타이머의 체계적인 채용 및 관리의 어려움이 따랐으며 파트타이머의 계약이 만료될 경우 우수한 파트타이머의 이탈 문제도 발생했다.이에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파트타이머 채용 및 관리를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해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마련과 우수 인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입장이다.우리은행도 정부의 고용창출 노력에 적극 호응하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경력 단절 여성을 포함한 전체 채용인원을 연초 계획 대비 2배 확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당초 우리은행은 대졸 및 특성화고 대상으로 선발하는 정규직 직원과 경력 단절 여성 채용인원으로 400여명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를 최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대졸 신입행원을 포함해 정규직 직원으로 상반기 200명, 하반기 270명을 각각 채용하고, 경력 단절 여성을 연중 수시로 330명을 채용하는 등 최초 계획 대비 2배인 800명으로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신한은행 역시 올해 280명 가량의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할 방침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RS(Retail Service)직 220명을 영업점에 배치한 바 있다. 부지점장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 전담 관리직도 220명 가량 뽑는다. 전체 채용 인원 역시 지난해 590명에서 올해 100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채용 인원 늘리기 만으로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형태를 띄고 있는 만큼 정권의 정책방향에 대한 호응 차원에서 실시하는 ‘단기식 보여주기’ 채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아예 파트타이머를 모집한다고 명시한 KB국민은행 뿐 아니라 우리은행 역시 경력 단절 여성 채용 인원의 경우 최초 1년은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고, 1년 이후에는 희망자에 한해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형태를 취할 예정이다.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든 신청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심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채용 이후 업무가 단순 업무에 국한되면서 경력 단절 여성 채용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력 단절 여성 입장에서는 과거 상당한 경력을 지녔음에도 입출금 등의 단순 업무를 맡기는 것에 불만을 느낄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공백 기간을 지닌 경력 단절 여성에게 주요 업무를 맡기기도 난처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채용 숫자만 늘린다고 경력 단절 여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