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주부 두번 울리는 ‘방판’ 물건 팔긴 어려워 ‘중도포기’ 피해속출
2015-05-07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 50대의 주부 A씨는 풀무원의 건강식품 브랜드인 풀무원건강생활의 판매원으로 가입하라는 이웃의 권유를 받았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남편의 사업 악화로 생활이 빠듯해진 A씨는 판매원 활동으로 생활비를 마련해보고자 가입을 결심했다. 이웃을 따라 교육장에도 나가 판매 교육을 받고, 제품을 구입했다.A씨가 구입한 건강식품과 화장품은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았다. 석달치 갱년기 여성용 건강식품은 30만원에 달했고, 선크림 한 통에 3만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회사 측의 설명은 모든 제품이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A씨가 받은 제품 중 일부에는 유기농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A씨는 제품을 팔면 본사와 지점장에게 수수료를 내고, 약간의 차액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일정 수의 회원을 모집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시중 건강식품보다 높은 가격대나 방문판매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선뜻 제품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의 지점장은 실적이 높은 판매원에게 특별대우를 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A씨를 소개해 준 이웃은 이미 탈퇴했고, A씨도 가입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건강식품·화장품 업체들이 주부,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방문판매를 모집, 영업활동을 전개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실적 압박으로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는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건강생활, 아모레퍼시픽 등 건강식품·화장품 업체들이 방문판매원을 모집하고 판촉활동을 하고 있으나 실적을 내기가 어려워 판매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그럼에도 소수나마 많을 돈을 번 판매원의 사례가 있어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나이가 많아 새롭게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퇴직자, 주부 등에게는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문제는 개인의 실적에 따라 돈을 벌기도 하지만 영업에 어려움을 겪다 오히려 각종 판촉비, 수수료, 교통비만 소요되고 손해만 본 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직장인 B씨는 ‘투잡’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원으로 활동했다. B씨는 판매 교육을 받을 때마다 회원 수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았다.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회사 측에서 고객 판촉용으로 주는 샘플 제품은 저가 상품이었지만, 정작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고가 상품의 샘플이라 영업을 위해서는 별도로 구입을 해야 했다.B씨는 “이래저래 드는 돈이 더 많아서 결국 몇 달 만에 판매원을 그만뒀다”며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은 실적을 꽤 올리기도 하지만, 성격상 잘 하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후원방문판매업체 판매원들이 지급받은 수당 중 상위 1%는 연평균 수령액이 3993만원에 달했으나, 절반이 넘는 하위 60%의 판매원들은 연평균 39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월수입으로 따지면 3만2500원에 불과하다.업체들이 방문판매를 고집하는 이유는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특히 다단계, 방문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구입 소비자들의 채널은 방문판매가 25%, 전화권유가 22%, 다단계가 4%로 과반수인 51%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한편, 풀무원건강생활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원래 유기농 마크를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어서 표기하지는 않는다”며 “방문판매 특성상 일반 시중 제품보단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엄선된 급의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단가가 있다”고 설명했다.또 “후원방판제는 ‘피라미드’식이 아닌 자신이 영입한 회원의 구매 실적에 대한 수수료만 받게 된다”며 상위계층에 의한 실적 압박은 공식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판매원 교육에서 회원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하는 일은 없다”며 “판촉용 샘플도 유상으로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저가부터 고가 제품까지 여러 가지로 무상 샘플을 판매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