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영수증만 남기고 사라진 기부금의 진실은?

2011-02-22     윤희은 기자

[매일일보=윤희은 기자] 롯데건설의 장기 숙원사업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산 골프장 건립사업과 관련해 추문(?)이 터져 나왔다.

골프장 사업 관련 행정절차가 시작된 2006년부터 사업에 우호적인 성향의 단체에 롯데건설이 기부금을 지원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해당 단체에서는 이 기부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배달사고' 의혹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계양산 골프장 사업에 대해 압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보여 온 지역사회에서는 롯데건설이 골프장 건립을 위해 무리수를 두더니 결국 이런 꼴불견까지 초래됐다며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매일일보>이 '롯데건설 기부금 배달사고 의혹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봤다.

'돈으로 주민 길들이기' 비난에 해당 단체 "안 받았다" 반발
배달 사고? 문제의 단체 임원들은 '계양 골프장 추진 3인방'


지금은 관련내용이 삭제됐으나, 롯데건설이 홈페이지에 기재했던 바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기부금을 전달한 단체는 ‘계양발전협의회’ (전 계양1동 발전협의회)와 ‘계양의제21’ 두 곳이다.

‘계양발전협의회’에 2006년 2월과 2008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지역발전기금을 기부했고, ‘계양의제21’에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양산 숲속 음악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기재된 바 있다.

이 같은 롯데건설의 기부금에 대해 “계양산 골프장 건설 추진을 위한 ‘주민 길들이기’식 기부”라는 비난 여론이 따라붙었다. 롯데건설이 기부금을 내놓은 시기가 2006년 6월 행정절차 시작에 앞선 2월과 1단계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수립절차가 끝난 뒤 2단계 도시계획시설 결정절차를 시작할 무렵인 2008년 5월이었기 때문이다.

‘영수증’만 남은 기부금의 진실은

가장 먼저 “롯데건설의 기부금을 받은 바 없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계양의제21’이었다. 이에 롯데건설은 “‘계양의제21’로부터 받은 영수증까지 있다”며 기부사실을 재확인하면서도 홈페이지에 게재된 ‘계양의제21’에 대한 기부사실은 조용히 삭제해버렸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기부금이 중간에서 개인 착복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양의제21’의 전 계양산분과위원장 A씨를 집중수사하기 시작했다. A씨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이익진 계양구청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계양산 골프장 건설 찬성활동의 전면에서 움직여 왔다.

롯데건설이 기부금을 전달한 또 다른 단체인 ‘계양발전협의회’의 이병석 회장과 이상구 사무국장 역시 A씨와 함께 계양산 골프장 건설 찬성 활동을 오랫동안 벌여 온 것으로 지역사회에 유명하다. 한편 ‘계양발전협의회’은 ‘계양의제21’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롯데건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계양발전협의회’ 이병석 회장은 18일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단체는 단지 지역행사에 롯데건설이 후원을 하게끔 연결시켜주는 중간고리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행사내용과 주관단체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일련의 파문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예 일체의 대답을 회피했다. “수사 중인 사항이라 전할 말이 없다”는 것이 롯데 측의 공식입장이라는 것.

이에 대해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 (이하 시민위) 노현기 사무처장은 “기부금의 진실이 어떤 것이든지, 중간에 ‘배달사고’가 났다는 것 자체가 불순한 기부금이라는 증거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계양산 골프장’놓고 흉흉해진 지역사회

롯데건설의 기부금 공세가 시작된 2006년 당시 <인천일보>의 인천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골프장 건설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6%에 불과했다. 반면 84%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릴레이 단식’과 ‘고공시위’ 등의 반대시위가 수년 째 계속 이어질 정도로 반대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롯데건설이 골프장 건설을 10년이 넘도록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골수 찬성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시선이다.

이 ‘골수 찬성세력’들은 꾸준하게 롯데건설의 골프장 건설을 지지하면서 반대세력을 차단하고 저지하는 일을 한다. 이들의 텃세가 워낙에 확고한 탓에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이야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이루어진다는 것.

‘기부금 실종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계양의제21’ 전 계양산분과위원장 A씨와 ‘계양발전협의회’의 이병석 회장, 이상구 사무국장은 이 ‘골수 찬성세력’들 사이에서 ‘수장’처럼 취급되는 ‘삼인방’으로 통하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지역사회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여러 해 이어져온 가운데 기부금 배달사고로 이제는 지역시민단체의 신뢰성까지 의심받는 씁쓸한 풍경이 벌어지게 되었다.

한편 계양산 골프장 사업 부지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 회장의 사유지로, 사업 추진 초기부터 총수의 재산 불리기를 위해 그룹이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에 대해 뒷말이 많았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리한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되어왔다. 롯데건설은 2007년 환경성검토서 조작에 이어 지난해에는 입목축적조사서를 허위작성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시민위 관계자는 “이제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과 관계없이, 이 문제 때문에 지역사회가 흉흉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