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갑질 횡포’에 국내 제약사 ‘답답’
대웅제약-GSK 백신 소송...약가인하 이후 ‘갑을관계’ 타파 어려워
2015-05-11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대웅제약이 다국적 제약사 GSK의 백신을 판매하기로 계약하고 마케팅을 실행하던 중 GSK측이 일방적으로 취소,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이를 계기로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사에 대한 ‘갑질’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에 대한 제휴 협력이 GSK 측의 일방 파기로 인해 결렬된 것과 관련,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 2008년 GSK측이 먼저 대웅제약 측에 서바릭스에 대한 제휴를 제안해 왔고, 세 차례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거친 후 같은 해 7월 계약서 초안을 교환했다.이에 대웅제약은 ‘GSK’와 합의하에 20여명 규모의 백신 부서를 구성하고, 냉장 물류 시스템을 세팅하고 병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그러던 대웅제약 측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GSK가 갑자기 대웅과의 계약을 철회하고, 기존에 백신 사업을 진행해 오던 녹십자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GSK는 대신 2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사업을 제안했지만, 이들도 모두 무산됐다.오랫동안 별러온 ‘백신사업 진출의 꿈’을 접게 된 대웅제약은 곧바로 20억원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GSK의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액이 인건비 및 퇴직금, 법률자문비 위자료를 포함해 2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 측의 판결은 GSK가 제안한 제휴가 마진율, 계약기간 등에서 의사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당시 업계에서는 계약 파기의 원인에 대해 GSK아시아와 녹십자 임원들 간 개인적 친분이 작용했다는 등 여러 설이 돌기도 했다.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통해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를 근절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이같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갑을관계’로 국내 제약사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적지 않다.지난 2012년 약가인하제도가 전격 실시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일제히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다국적사-국내사의 ‘갑을관계’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매출이 아쉬운 국내사는 독소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서라도 일단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고, 갑작스러운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조차 감수해야 한다.일동제약은 지난 10년간 다국적제약사 제네월의 흉터예방 밴드 ‘메디폼’을 판매해 왔으나 지난해 제네웰은 메디폼의 독점 판매권을 먼디파마로 옮겼다. 일동제약은 지난 10년간 마케팅 비용으로만 300억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물거품이 된 셈이다.안국약품도 독일 엥겔하르트사의 진해거담제 ‘푸로스판’을 지난 2000년부터 단독 판매해 왔으나 2011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 보험 급여 삭제라는 ‘폭탄’을 맞았다.안국약품은 결국 원 제조사인 엥겔하르트와 합의하에 2011년 푸로스판 계약을 종료했으나, 돌연 엥겔하르트사는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국제형사재판소에 16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 지난해 말 안국약품이 배상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업계에서는 이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한편에서는 개별 회사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국적사 일방의 ‘갑질’이라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특허권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논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국내 제약사만을 일방적으로 ‘편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