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佛心) ‘황우석 구하기’ 내막
불교계 황 박사 지지모임 결성 “검찰, 공정 수사” 촉구
2007-01-19 김상영 기자
범불교계의 ‘황우석 구하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 연구팀의 생명공학에 관한 연구 성과는 분명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이기에, 국내 다른 어떤 연구팀이라도 이어 받아 반드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난 1월 12일 황우석 박사는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조사 보고서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자, 그 독창성 역시 인정한다”는 내용이 실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황 박사를 지지하는 불자와 일반 시민들의 연구 재개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를 비롯한 언론, 정치권 등의 시각은 냉랭하다. 시간을 벌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황 박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각이 양극화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가 황 박사의 원천기술 재현 및 연구 재개를 위해 100억원의 재단을 설립하자고 제안하고 나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재일 동산반야회 회장을 비롯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 스님, 각 지역 신행 단체장 등은 ‘황우석 사태의 진실 규명과 연구 재개를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 ‘범국민추진위’는 황 박사 연구팀의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범국민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황 박사 지키기 재가불자들의 모임에 따르면 우선 100억원의 재정을 마련, 황 박사가 맞춤형 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종 주지 스님들의 친목 모임인 교구본사주지연합회도 지난 10일 “황 박사가 참회할 부분이 있으면 참회해야 하지만 연구는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황 박사를 향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불자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황우석 지킴이 불자 모임(황지불)’가 결성돼 황 박사의 연구 재개를 염원하는 불자들은 1월 14일 황우석 지킴이 불자 모임을 결성한데 이어 다음에 카페 ‘황우석지킴이불자모임’(이하 황지불)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황지불은 또 “국가의 명예와 국익마저도 철저히 배제하며 오로지 배후세력의 음모에 휘둘려 ‘황우석 죽이기’에 혈안이 돼있는 게 오늘날 우리사회의 서글픈 모습이다”며 “ ‘황우석 죽이기’의 배후세력과 그 음모는 국제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고 암묵적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지불은 이어 “그렇지 않고서야 ‘연구재개’와 원천기술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6개월 과정의 ‘줄기세포 배양’주장을 아예 묵살하고 나서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거대한 배후세력의 압력과 불순한 음모에 놀아나는 우리 상층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황지불은 ‘(황우석지킴이 불자모임은) 불순한 배후세력과 어떠한 음모에서도 파사현정의 기개로 황 박사를 외호함으로써 진실을 밝히고 무연대비의 보살정신으로 중생들의 건강하고 안락한 삶을 펴고자 한다“면서 ”황 박사의 연구는 재개되어야 하며 이런 저런 병마에 시달리는 모든 생명들에게 머지않아 건강한 삶을 안겨주길 강력히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조계종 중진 스님 30여 명이 최근 ‘황우석 사태’와 관련, ‘황 박사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과학자로 돌아가 과학적 성과를 통해 참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님 30여명은 성명서에서 “최근 황우석 사태와 관련 세간은 우선 마녀사냥처럼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보자는 식”이라며 “허물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렵다”며 “황 박사의 허물을 나의 허물이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가 참회와 더불어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스님 30여명 성명서 전문 요약>
허물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렵다!
생명공학의 ‘생’자도 모르는 산승(山僧)들이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립니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빈부에 개의치 않을 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진보와 상관없는 자기 성찰의 종교입니다. 오히려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이 진리 추구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부처님께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황우석 사건’의 문제를 거론함은 진실 규명과 정의 구현의 과정이 자기 성찰 없이 너무 양극화로 치닫거나 소모적이기
때문입니다.
세기적인 논문이 결국 조작으로 판명됨으로써 우리 모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왜,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도대체 어디까지 조작에 개입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서울대조사위원회가 진실을 명징하게 밝혀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여전히 모종의 ‘음모론’들이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습
니다.
당사자인 황우석 박사 자신도 속았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그가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꾸민 당사자라면 겨우 6개월의 시간을 벌어 뭐가 달라진다고 저리도 간절하게 호소하겠습니까? 결국 사는 게 아수라 지옥일 텐데요.
사람이든 일이든 모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는 법입니다. 온통 부정적인 것만을 들추자면 한도 없을 터인데, 지금 세간은 우선 마녀사냥처럼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보자는 식입니다.
물론 무조건 믿는 것도 위험한 일입니다만, 논문 조작의 당사자와 그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상 인정해야 할 성과마저 모두 평가절하 되거나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국익차원에서도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이윤을 좇아 달려들었던 기업이나 투자자,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를 앞장세웠던 정치인, 앞 다투어 그를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언론 등 사회 주요 구성원들의 책임 또한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반면교사로 삼아 함께 성찰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황우석의 허물은 결국 우리 모두의 허물입니다.
허물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버리기는 쉬워도 쌓기는 어렵습니다. ‘죄 없는 자 돌로 치라’고 했던가요? 황박사의 허물을 나의 허물이라 생각하는 어머니 마음으로 돌아가 그가 참회와 더불어 돌이킬 수 있는 시점을 찾아줍시다.
이미 황박사는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니, 그 치열한 참회의 방식 또한 과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백의종군의 과학자로 돌아가 과학적 성과를 내는 것만이 진정한 참회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우리 모두 호흡을 가다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회초리와 더불어 모성(母性)의 따스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검찰수사를 통해 객관적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고대하며, 국민과 함께 우리도 차분히 지켜보겠습니다.
jlist@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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