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블랙컨슈머 때문에 '골머리'

금융당국, 민원지수 수치 줄이기에만 급급해 악성민원 대책 소홀

2016-05-1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 때문에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가 블랙컨슈머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게 민원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하면서 보험사들이 서둘러 ‘민원 막기’에 나섰지만 보험업계의 민원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지난해 접수된 금융민원은 7만86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623건) 증가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특히 다른 금융업권의 민원은 줄어들었으나 민원에 취약한 보험업 민원은 상승해, 절반이 넘는 4만4054건으로 56.0%를 차지했다.보험사들은 내부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지만 악성민원 감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한화생명의 경우 ‘특별고객관리대응방안’을 운영 중이다. 악성민원을 접수받을 경우 단계별로 나눠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또한 특별고객지정관리 상담실을 운영해 대응하고 있으나 블랙컨슈머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역시 영업 현장에 있는 설계사나 콜센터에서 악성 민원 안내 매뉴얼을 통해 응대하고 있다. 한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블랙컨슈머의 경우 매뉴얼대로 대응하기 어려워 행동강령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손보협회에서 발주한 ‘악성민원 공동대응방안’이 나오면 매뉴얼로 적용할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협회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금감원에 ‘블랙컨슈머 관련 생명보험업권 검토 및 건의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연구 용역을 통해 블랙컨슈머의 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유형별 응대 방안을 매뉴얼로 만드는 방안을 발주했으나 현재까지 크게 진행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민원관리방식인 ‘민원수치’를 계산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보험사들은 현재 민원이 접수되면 ‘민원점수’가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 건수에만 신경을 써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설계사나 보상 관련 담당자들은 고객이 민원을 넣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난감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민원을 줄이라는 당국의 압박에 민원건수를 떨어트렸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다른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가 돌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2016년부터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가칭)’를 도입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안이다.민원건수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보호조직 및 제도, 금융상품 개발·판매 및 사후 관리 등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수준 및 노력 등을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