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입 여직원 성추행 사장에 면죄부
팬티 차림으로 허벅지 위쪽 주무르라 요구했지만 강제추행 무죄 확정 “폭행 협박 없었다”
2016-05-12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사장이 사무실 문을 잠근 후 팬티 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면서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라고 요구했다면 강제추행일까 아닐까?대한민국 대법원의 판단은 “강제추행이 아니다”이다. 여직원이 사장의 요구를 충분히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A씨는 지난 2013년 한 업체에 취직했다. 취직 1주일 여 만에 사장 B씨는 교육을 해주겠다며 A씨를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 들어선 A씨에게 사장은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라고 한 뒤 더우니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느냐고 묻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앉았다.얼마 뒤 B 사장은 고스톱을 쳐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며 A씨를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내기에서 이긴 B 사장은 A씨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켰고, 종아리를 주물러 주자 오른쪽 다리를 A씨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더 위로, 다른 곳도 주물러라”라고 말했다.A씨는 B 사장을 강제추행죄로 고소했고, 1심 재판부는 “반성하는 기색이 부족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을 선고했다.그러나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12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곳도 만지라고 말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강제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형법 298조에서 정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폭행 또는 협박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직장 상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B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얹은 것만으로는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B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한편 강연재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대변인은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한 부분도 여성으로서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하는 스킨십은 모두 추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밝혔다.강 전 대변인은 “법원에서 강제추행은 물리적 강제성을 필수로 보고 있고 심리적 강제성을 잘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심리적 강제성도 물리적 강제성과 다를 바 없으므로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