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대기업 과소·중기 과잉 생산’에 효율성 하락

1990년대 일본과 비슷…대기업 ‘하청업체 후려치기’도 영향

2015-05-1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은 능력보다 조금 생산하고, 중소기업은 지나치게 많이 생산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한국의 제조업 효율성 하락세는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과 비슷한 모습인 것으로 나타났다.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발표한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의 사업체 간 자원배분 효율성 추이 및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제조업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과소생산하는 경향이 뚜렷하고, 그 정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효율적 생산량 대비 실제 생산량의 격차를 사업체 규모(부가가치 기준)별로 비교한 결과다.한국에서는 상위 25%에 속하는 제조업체의 64.8%가 과소생산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이 비율이 42.4%에 불과했다. 중국은 48.0%였다.한국에서 하위 25% 제조업체들은 75.6%가 과잉생산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66.4%), 중국(65.2%)보다 비율이 높다.이에 따라 한국 제조업의 효율성은 199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일본의 배분 효율성이 1980년대 0.70에서 1990년대 0.68, 2000년대 0.67로 계속 떨어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오 연구위원은 “한국의 배분 효율성은 1990년대 0.67에서 2000년대 0.63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보다 하락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한국 제조업의 1990∼2012년 배분 효율성 평균은 0.65로 미국(0.73)보다 낮지만 중국(0.50)보다 높았다. 일본(0.67)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대기업의 과소생산과 중소기업의 과잉생산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1990년대 이후 중국경제가 부상하고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커졌지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소기업 보호정책 등으로 소규모 업체의 과잉생산 비중이 증가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대기업의 독점력이 커진 데 따른 하도급업체와의 불공정 관행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됐다.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을 일괄적으로 보호·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에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신생기업 위주로 중소기업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등 비(非)경쟁적 관행을 철저히 고쳐 공정 경쟁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