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급비밀 프로젝트 ‘발바리’ 추적기
10여년 동안 100여회 연쇄성폭행 엽기 범행행각
2006-01-20 홍세기 기자
90년대 초반부터 대전 원룸촌을 중심으로 엽기적인 성폭행을 자행해온 연쇄 성폭행범 ‘발바리’가 지난 19일 서울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발바리의 신원이 드러난 이후 초비상 사태에 돌입해 강력범죄 수사팀을 제외하고는 같은 경찰서의 동료들에게 조차도 모르게 1급 비밀로 부쳐 은밀한 검거작전을 벌여왔다.
경찰관들에 따르면 대전 동부서로 압송된 이씨는 밤색무스탕과 트레이닝복을 입고 흰색 모자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씨의 행적은 그를 추적해온 경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지금까지 신고 된 범행 횟수만 77건, 피해여성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발바리’ 엽기행각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10여 년간 전국의 원룸촌을 돌며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범죄 행각을 이어왔다.
그 동안 이씨의 행적을 추적해온 충남경찰청의 범죄일지에 의하면 1999년 1월∼2003년 2월의 대전지역 발바리에 의한 피해는 모두 42건에 달했다. 이씨는 여성들만 사는 원룸에 침입해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명의 여성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2001년에는 여성 7명이 함께 생활하는 투룸에 들어가 3명을 성폭행하고 4명을 강제 추행하는 엽기적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씨가 10여 년 동안 경찰의 그물망 같은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창원에 버금가는 날렵한 몸놀림과 택시기사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큰 몫을 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개인택시를 운행하며 술에 취한 유흥가 여성을 범죄대상으로 물색하는 등 치밀한 범행준비를 해왔다. 특히 피해자들의 신고를 지연시키기 위해 휴대전화를 감춰 놓거나 피해여성을 강제로 목욕시켜 유전자(DNA) 검사까지 피하는 등 치밀하고 지능적인 수법도 동원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로 검거
신출귀몰한 이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1996년부터이다. 경찰은 대전 원룸촌을 중심으로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피해자에게서 범인의 정액과 체액을 채취해 사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연쇄 성폭행 용의자를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경찰은 그 동안 범행현장 주변 40만대의 차량과 통신내역 등을 하나하나 분석해 용의자를 압축했다.
경찰은 그동안 축적된 범행상황을 토대로 지난해 말 발바리 용의자를 4명으로 좁혔다. 그 뒤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70여 건의 DNA와 이씨의 DNA를 대조하면서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이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이 지난 9일 용의자로 떠오른 이씨의 집을 덮쳤으나 눈치를 챈 이씨가 도주하는 바람에 1차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7일 공개수사로 수사방향을 전환했다. 경찰은 18일 통신수사를 통해 서울 천호동 인근에서 이씨가 집으로 전화를 한 사실을 밝혀내고 일대에 형사대를 급파해 수사망을 좁혔다.
경찰의 공개수배로 활동반경이 좁아진 이씨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PC방 등을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이같은 이씨의 도주로를 예상한 경찰은 PC방 등에 집중적으로 수사력을 투입, 공개 수배 이틀 만에 이씨를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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