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對중국 수출 구조 전면개조 해야"

2016-05-1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최근 수출이 부진에 빠진 것은 선진국의 수입 수요 위축 외에도 중간재 무역의 둔화,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점차 살아나더라도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수출 개선세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김용복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 등이 낸 '금융위기 이후 무역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은 위기 이전보다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 7.2%였던 세계 교역 신장률은 위기 이후 연 2.8∼3.4%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3.0%(국민계정 기준)였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이 여파로 2013년 4.5%에 이어 2014년에는 2.3%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의 구조적 배경으로 △선진국 수입 수요 위축 △중간재 무역 약화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를 들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득증가세가 낮아진 가운데 소득불평등도는 더욱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는 제조업 회귀현상(reshoring)까지 나타나 선진국 수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가공무역으로부터 탈피를 선언해 중간재 무역이 약화한 것도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줬다.

과거에는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한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한 뒤 이를 단순조립해 다시 수출하는 전략을 펼쳤지만, 중국이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확대하면서 중국으로의 가공·중계무역 관련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학, 기계, 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국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세계경기 회복으로 선진국의 수입 수요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다른 구조적인 요인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향후 세계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 한국 수출은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국제 생산연관관계의 약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는 한국 수출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것"이라고 진단했다.

대(對) 중국 수출에 대해서는 "현지 시장의 밀착도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워 수출 구조를 중간재에서 소비재 및 완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