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후계자 '경영능력보다 성별 우선?'

업계 일각, 경영권 둘러싸고 두 남매 갈등설 솔솔

2007-01-20     권민경 기자
'롯데 보수기업 문화 영향, 사내 여성 임직원 차별?'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연초부터 주식시장과 유통업계가 롯데쇼핑의 상장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특히 상장 이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 일가(신영자, 신동주, 신동빈) 의 주식 가치가 총 3조3천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 롯데쇼핑 최대 주주이자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인 신동빈 부회장의 경우 지분 가치가 최소 1조4천억원에 달해 삼성의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뒤를 이어 '조'단위 부자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을 신 부회장이 주도하면서 롯데쇼핑을 실질적으로 키워 온 누나 신영자 부사장은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는 양상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 부사장이 등기임원까지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왕국의 주인 자리를 놓고 남매간 갈등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오늘날의 롯데쇼핑이 있기까지 가장 크게 일조한 사람은 신격호 회장의 딸 신영자 부사장이라는 게 재계의 정평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지난 97년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을 통해 '유통명가'로서 롯데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고, 지난해 신 부사장의 딸 장선윤 이사는 최고급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오픈하면서 명동 일대를 이른바 롯데 타운으로 재 탄생시켰다.

그러나 상장을 앞둔 롯데쇼핑에서 신 부사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신 부회장이 실질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고 이번 기업 공개를 주도하면서 신 부사장은 2인자로 물러나는 듯 한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 등기 이사직에서도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상장과 때를 맞춰 신 부회장에게 실질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작업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맏딸인 신 부사장은 신동주-신동빈 형제보다 '손 위' 지만 그룹 후계구도를 논할 때는 항상 제외되곤 했었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신 부사장이 '딸'이라는 한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등의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유난히 '여성'에 대해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롯데그룹의 고위 여직원 또한 차장급 정도에 불과하고 다른 기업들이 의도적(?)으로나마 10명 안팎의 여성 임원들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롯데는 그마저도 없다.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은 신 부사장과 장선윤 이사 등 오너 일가 2명뿐이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신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자식이다" 며 "신 부회장과의 갈등설은 말도 안 된다" 고 일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여전히 롯데 쇼핑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하고 있다" 면서 "직함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롯데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갈등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신 부사장이 롯데쇼핑을 가지고 분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 부사장 역시 유통업을 가지고 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분구조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롯데쇼핑의 지분은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이 21.18%, 신 부회장 21.19%, 신 회장이 1,77%를 가지고 있고, 반면 신 부사장은 1.13%의 지분을 소유한 것에 불과해 분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young@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