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관피아 봉쇄’ 약속 1년...권력형 낙하산 ‘여전’
은행권, 인사 ‘내부발탁’ 집중...정피아 논란은 여전
2016-05-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 척결 의지를 밝힌지 1여년 가량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금융권 곳곳에는 여전히 각종 권력형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개조를 위한 공직사회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수 십 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 병폐인 민관 유착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권력형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금융권에서는 인사 과정에서 ‘내부 발탁’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졌다.지난해 11월 21일 취임한 윤종규 KB금융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경우 KB금융지주 최초의 내부출신 회장이다. 윤 회장은 2002년에는 국민은행에서 재무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활동했고, 2004년에는 개인금융그룹을 총괄하는 부행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잠시 KB를 떠나 법무법인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다.윤 회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번째 임원 인사에서도 자회사 신임 대표이사 7명 중 5명이 KB금융 내부에서 발탁됐다. 전체 인사 대상자 54명 중 외부인사는 신용길 KB생명 사장과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을 비롯한 4명에 그쳤다.올 초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 역시 지난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11년 신한은행 리테일부문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을 맡은 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자리에 오른 정통 ‘신한맨’이다. 한동우 전 회장 역시 조 행장에 대해 “초창기부터 신한은행에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과 잘 융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1979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홍콩지점장과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우리은행에서 개인영업전략본부장과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내부인사다. 그러나 이 행장의 경우 청와대 내정설과 서강금융인회(서금회)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된 내부인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취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서금회는 단체라기보다는 단순 친목 식사모임이며 정치인과 관련해 (추후 연관성이 있으며) 공개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금융협회장 자리도 민간 출신이 하나 둘 채워 나가고 있다.문재우(19회) 전 회장이 물러나고 1년여 동안 공석이던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는 지난해 8월 LIG손해보험 사장 출신인 장남식 회장이 차지했다. 김규복(15회) 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자리에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올랐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장도 민간 출신인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과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차지했다.그러나 관피아나 정피아 등의 권력형 인사에 대한 금융권의 선호 기조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실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민간 출신이지만 사실상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금융당국이 지원했던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경선에서 떨어지면서, 대신 하 행장에게 차기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올 초 취임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회장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감독정책2국장 등을 거친 이른바 ‘관피아’ 출신이다. 농협금융은 ‘관피아 천국’이라는 명성답게 4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관피아가 차지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관피아 낙하산 척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KB금융 역시 서금회 창립멤버이자 6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권력형 인사를 자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우리은행 역시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들을 줄줄이 선임하면서 ‘정피아 구설수’에 휘말렸다. 특히 홍일화 고문의 경우 금융인이라기 보다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김주현 사장의 임기가 오는 26일로 만료됨에 따라 신임 사장 공모절차를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신임 사장 인선 후보군에 곽범국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정지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유광열 새누리당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 등 정관계 출신 인사가 대거 포함돼 있어 정피아 논란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강제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배구조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정피아’, ‘관피아’ 등을 진출시키려는 의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모범규준의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