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터지기전에 걷어라"
2015-05-2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 의장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천명했다. 시장은 옐런 의장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지난 2013년 발생한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이에 한국 역시 미 금리 인상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한은 본관 15층 소회의실에서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총재는 앞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최근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져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9월을 점치고 있다.미국의 금리 인상이 실제화하면 2008년 이후 7년 간 지속됐던 제로금리 정책이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저금리로 조달해 신흥국 등지로 퍼졌던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진다.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 일반 기업이 달러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만 해도 9조달러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실제 지난 2013년 6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즉각적으로 신흥국에 몰렸던 자금이 이탈하는 긴축발작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신흥국의 통화와 채권·주식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난 바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연준이 10년 만에 금리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자 신흥국 중앙은행이 시험대 위에 섰다”고 보도했다.최근에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 한 달 새 150억달러(약 16조원)가 빠져나갔다. 미국·독일을 중심으로 선진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글로벌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국내 시중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내려가기만 하던 금리가 지난달 중반 바닥을 친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수익률)는 지난달 17일 1.691%였지만 이날 종가 기준 1.846%로 0.155%포인트 올랐다.국채나 금융채의 금리를 추종하는 대출금리 역시 들썩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이어지 금리 인하로 11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문제도 비상이다. 당장 오는 7월말로 종료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 여부를 두고 가계부채협의회 내에서 갑론을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조2625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등 유동성을 통한 증시 상승도 걱정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7조61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5조원대에 비해 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9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레 빠져나가게 된다면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 이탈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권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 최대한 금리를 낮춘 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보조를 맞춰 자국 금리 상승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사이먼 퀴자노-에번스 코메르츠방크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에 계속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경기 모멘텀이 3분기 이후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6~7월 중 한 차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한국의 유휴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금리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