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미국 금리 인상 한국 유리할 수"
[매일일보]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이 예측한 수준이라면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주최한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 '버냉키와의 대화'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시장이 예측한 수준이면 충격이 없을 수도 있다"며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이 최근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국제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덩달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천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 전 의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배경과 그에 따른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충분히 튼튼해졌다는 얘기"라며 "연준도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냈을 때도 시장엔 별 충격이 없었다며 "자본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한국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을 줄이고 내수 쪽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커져 버린 한국 경제를 지탱하기엔 제조업 수출 위주의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수요 측면에선 건전한 소비자 중심의 경제, 공급에선 여러 산업이 발달한 다각화된 경제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유럽 등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 때문에 한국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내수 중심 경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수출 지향 경제만으로는 현재 통화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자산시장 거품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 주가의 가치평가가 적절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대 이후의 IT 버블, 주택시장 버블과 같은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자가 과다한 부채를 떠안으면 다른 문제겠지만 현재로선 정상적인 현상이고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에 발언권을 더 줘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IB가 IMF, 세계은행과 대척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점점 더 유연해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그간 중국은 수출 주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뤘지만 이제는 경제 성장 모델을 내수 중심,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려고 하는 중"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그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통화, 재정, 구조적 개혁 등 세 가지 화살로 이뤄진 일본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이 그동안 지속하던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냈고 정책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구조개혁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그는 "(재임 중에) 같이 일하기 좋고 개방적인 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나서는 잠재 리스크를 찾아내는 등 금융 안정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돌아봤다.
금융산업에 종사하길 바라는 젊은이들에게는 "역동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경제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