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변수’에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바뀌나
당국, 사태 추이 면밀 모니터링…추경 편성 힘 받을 수도
2015-06-0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변수를 반영해야 할 것인지 여부에 정부 경제부처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메르스 확산에 따른 별도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현재 전체 산업생산은 2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물량까지 줄어들고 있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면 4개월째 마이너스여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다행히 소매판매 등 내수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실제 내수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 유통업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당시 관련국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의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경제 부처들은 현재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하지만 메르스가 확산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이 경우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무게 중심이 경기부양에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정부는 올 상반기 끝까지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거기에 맞는 방안을 찾겠다며 부양 가능성을 열어 놓고는 있다.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여행·관광, 유통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 나올 것으로 보인다.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경 편성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세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추경 논의가 가열됐다.정부는 이에 대해 상반기 경기 흐름을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은 전쟁·자연재해, 경기 침체, 예산 부족 등으로 제한돼 있다.이런 점 때문에 올해 예상되는 3%대 성장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막는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하지만 애초 예상 시나리오에 들어있지 않던 메르스 사태가 돌출해 경기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낼 공산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