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진작 구조개혁 ③]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빛과 그림자

“시장 선점해야” VS “부작용 크고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

2016-06-0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를 탈피하고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룬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해 시정 연설을 통해 “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서비스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며 “보건의료·관광·금융·콘텐츠 등 5+2 유망서비스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실제 서비스산업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등은 한국과 달리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다.그러나 국내 서비스산업은 여전히 규모와 생산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국제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산업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5년 이후 59%대에 머물러 80%에 육박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OECD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의 명목 GDP 비중도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반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고용 비중(69.5%)은 OECD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서비스 산업 규모에 비해 고용 비중이 높아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일본의 71% 선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실제 김기원 한은 산업경제팀 차장 등이 발표한 ‘서비스산업 업종별 수요·공급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치킨집’으로 대변되는 음식숙박업이나 단순 교육·문화서비스 업종은 이미 공급 초과 상태에 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영세자영업의 경우 과당경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가장 많이 창업에 뛰어드는 음식숙박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3년간 사업체 수는 5.8%가 늘어 68만6000개를 기록했고, 종사자 수는 23.4%나 늘어 199만1000명을 기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종 전체 매출액은 늘었지만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등 공급 초과·저생산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보관업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상승률, 1인당 부가가치가 하락 전환한 모습이다.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도 공급 초과 상황에서 수요는 부진해 취약업종으로 분류됐다.이에 김정덕 무역협회 연구원은 “제조업의 중간 투입 요소로서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서비스 산업의 성장 저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망 고부가가치 기업 육성을 통해 서비스 산업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의료나 교육 등의 공공재 성격이 강한 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라는 명목 하에 규제 완화 후 육성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서민들의 소비여력을 높여주는 정책에 힘을 쏟는 대신, 관광 산업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카지노나 리조트 산업처럼 사회학적 후유증이 우려되는 산업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실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 관련 법안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는 여전히 ‘필수 저지 법안’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2012년 국회에 제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은 서비스산업의 규정 범위를 일부 교육·의료 분야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이 시행되면 대기업 중심으로 생산자서비스, 유통서비스, 개인서비스가 재구조화돼 중소·영세 상인들의 상권 몰락과 소득 단절이 현실화할 것”이라면서 “대자본과 대기업 중심의 법안으로는 중소·영세 상인들의 생존권과 경제권이 보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의 핵심인 서민이 소외된 정책이라는 것이다.또 “수치상으로는 고용률이 올라갈 수 있겠지만 나쁜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특히 법안을 통해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 계약직이 확대되고 고착화돼 불안정 고용과 실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교육운동연대 등의 시민단체 역시 현 정부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이 의료민영화와 교육시장화, 민생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이들 단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 미래인력 육성 등 공익적 목적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공공영역에서는 이에 걸맞은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을 폐기하고 경제민주화를 현실화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