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발 경제위기, ‘추경+금리인하’가 해법

한국경제 수출 감소에 얼어붙은 내수로 위기

2016-06-0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한국 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다. 돌발 악재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8일 정부 당국 및 연구기관에 따르면 각 경제연구기관들은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정부 역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검토 중이다.지난 7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 3.6%에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LG경제연구원도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0%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내려 잡았다.국제통합기금(IMF) 역시 3.1%로 하향 조정했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도 기존 3.8%에서 3.0%로 대거 낮췄다. 한국은행도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1%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3.4%)에서 0.3%포인트 더 낮췄다.정부도 6월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8%에서 3%대 초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무라 증권(2.5%)과 BNP파리바(2.7%)는 이미 2%대까지 눈높이를 내린 상태다.이런 가운데 메르스 확산은 국내 내수 시장에 직격타를 날렸다. 그간 한국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한 유커들이 불안감으로 한국 방문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2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을 취소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보다 더 심각한 내수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실제 메르스 공포가 확산된 이달 들어 유통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2% 감소했다. 특히 메르스 주요 발생지역인 동탄점과 평택점은 각각 지난해에 비해 28%, 25% 급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1~6일 매출이 12.4% 감소했다.백화점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6월 첫째주 토요일에 비해 0.7% 하락했다. 지난 1~6일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5% 감소했다.현대백화점도 6일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0.9% 떨어졌고 1~6일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5.3%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은 6일 매출이 전년에 비해 1% 오르기는 했지만 1~6일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8.7% 떨어졌다.정부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사태 진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종합청사에 설치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메르스로 인해서 소비라든가 관광 등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이 돼서 이 경제활동에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이겨내는 것도 메르스 사태의 완전 종식이라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메르스 감염 우려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경제팀을 중심으로 해서 그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3%대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메르스를 조기 진압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인하와 추경 편성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출이 워낙 위축돼 생산이 저조하다”며 “소비가 다소 호전 조짐을 보인다고 해도 성장세는 예상에 못 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충격으로 소비마저 꺾인다면 경기가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라며 “우선 정부가 재정을 바로 투입하는 방법보다는 통화 완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추경 편성은 경기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면 2%대 성장률은 확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며 “메르스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재정효과가 필요한 시점이라 추경도 고려해야 한다. 통화정책도 재정정책과 함께 가야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메르스와 같이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경제주체의 활동을 위축시켜 내수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메르스의 악영향을 줄이려면 우선적으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고, 추가로 재정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