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기아차 ①] “내수 점유율의 가파른 급감을 막아라”
60% 점유율마저 붕괴위기?…본질적 위기론 대두
“외부요인 외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
2015-06-09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현대·기아차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향후 10년의 과제로 ‘소비자 최고 선호 브랜드로 도약’을 선언하며 당찬 청사진을 내세웠지만, 올해 들어 계속되는 판매부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800만대 돌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위기상황이 대두된 것이다.무엇보다 내수 점유율의 가파른 급감이 예사롭지 않다.완성차업계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둔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업체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실상은 내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5월 내수 판매량은 5만4990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2%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4만1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4% 늘었으나, 이는 지난해 6월 카니발이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 실적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현대·기아차의 흔들리는 내수 시장과 달리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수입차는 ‘쾌속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공세가 본격화된 이래 수입차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다.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5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만8386대로 집계됐다.이는 지난해 5월보다 무려 20.1%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대수는 9만5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늘어났다. 수입차 브랜드 일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신차공략 및 마케팅·프로모션으로 고객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특히 유럽산 대형트럭 업체들은 국내시장에 신형 유로6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수입 대형 트럭사들은 오는 9월 강화된 디젤차량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 적용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며 현대차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반면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지난 2012년 71.7%의 시장점유율을 끝으로 3년째 7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68.2%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65.1%로 곤두박질 쳤다.올들어 4월까지도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63.0%에 불과하다. 이는 사상 최저로, 일각에서는 60% 점유율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적잖다.현대차는 오는 9월 신형 아반떼가 나오기 전까진 당분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최근 레저용 차량(RV)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싼을 제외하면 마땅히 내세울 RV 모델이 없는 것도 고민거리. 내수 판매 실적 향상을 위해 내건 ‘36개월 무이자 할부 정책’도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첩첩산중인 현대차의 상황과 반대로 두달 연속 10%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아차가 그나마 내수시장을 힘겹게 이끌고 있는 꼴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현대·기아차의 위기를 외부요인에서 찾기보다는 본질적 경쟁력의 강화로 해결해야 된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SUV 차량 등 전략 차종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응할만한 신차도 없었던 처지”라며 “이에 국내에서도 현대차를 꼭 사야할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