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기아차 ②] 미국 점유율 10% 물거품…해결책은 없나?
미국 시장 호조에도 판매 급감으로 점유율 7.7% ‘빨간불’
“환율 약재 및 주력 차종들의 노후화에 따른 판매 부진”
2016-06-10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미국 시장의 호조에도 불구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7.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부침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전년대비 10.3% 급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수치를 기록해 빨간불이 켜졌다.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의 신차 수요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한 163만4952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7월 이후 최고치에 달하는 판매량이다.하지만 현대차는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10.3% 줄어든 6만361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가 기록한 10% 판매량 감소는 상위 업체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같은 기간 기아차가 3.9% 증가한 6만2433대를 판매하며 활약했으나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8.3%에서 지난달 7.7%로 하락했다.지난 2011년 8.9%로 미국 시장 점유율 최고점을 찍은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2년 0.2% 포인트 감소한 8.7%를 기록한 이후부터 좀처럼 미국 시장 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반면, 미국 시장이 활성화를 띄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덩달아 증가했다.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각각 3%, 4% 올랐다. 폴크스바겐도 9%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씻었다.일본 업체 가운데 혼다의 판매량도 1.3% 증가했고 도요타는 작년 5월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였다.주요 해외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의 판매 실적이 급락한 것은 엔화 약세 등 환율 악재와 주력 차종들의 노후화에 따른 판매 부진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실제 현대차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는 5월 한 달간 지난해보다 26.4% 감소한 7832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고, 엑센트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판매량도 각각 지난해보다 27.6%와 35.2% 감소했다.현대·기아차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때는 글로벌 업체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였지만 지금은 현대·기아차에만 유독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긴장감을 갖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정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 무대로 미국을 선택하고 지난 3월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방문해 미국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했을 정도로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현대차는 지난 달 양산을 시작한 북미 수출용 신형 투싼을 오는 7월부터 미국시장에 선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신형 투싼으로 미국에서의 부진을 씻어버리겠다는 입장이다.기아차도 4분기 신형 K5를 출시하고 현재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볼 광고에 쏘렌토를 등장시키는 등 적극적인 판매 공세를 펼치고 있다.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엔화와 환율 악재 등도 부담인데다 큰 폭으로 떨어진 판매율을 끌어올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외생산 확대나 원가절감 등과 같은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