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100조' 주담대 증가 속도 심상찮다

폭증하는 가계대출…5월도 역대 최대치 지난해 5배

2016-06-1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폭증해 1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5월 시중은행 가계대출액은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늘어 관련 통계작성 이후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586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이는 지난해 5월 가계대출액 1조3000억원에 비해 5배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은행 가계대출증가폭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한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5월은 기념일이 몰려 있는 계절적 요인으로 대출이 증가한다”며 “지난해 세월호 여파로 평년보다 다소 축소됐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은은 지난 2008년부터 속보치 형식으로 은행 가계대출 규모를 집계 중이다. 역대 5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0년 4조6000억원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5월 가계대출 증가액 7조3000억원 가운데 86%인 6조3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로 집계됐다. 나머지 1조원 가량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형태였다.올해 5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종전 최대치였던 2009년 5월(2조6000억원)보다 2.4배나 많다.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올해 1월 1조5400억원으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다 2월 3조9000억원, 3월 4조원에 이어 4월 증가액은 8조7000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만 16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한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대출 규제가 완화로 대출에 대한 저항감이 낮아졌다. 여기에 전셋값이 급등하자 주택매입 수요가 늘어나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졌다.주택담보대출 급증은 고스란히 가계부채 팽창으로 귀결됐다.지난 4월말 기준 금융권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400억원에 달하고, 신용카드 결제 대금 등을 합쳐 통상 가계부채라고 통칭되는 금액은 지난 3월말 현재 1099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5월 속보치를 감안하면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확실시 된다.금융당국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가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로 부실화 가능성이 낮아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 도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위주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실제 최근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올 들어 5월까지 50만건을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만건은 물론이고 2006년 통계를 낸 이후 최대치다.하지만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는 한국경제의 뇌관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더구나 올 하반기부터 예상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염두하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부채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이 160.7%다.미국(115.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5.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가처분소득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 위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