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위성DMB사업 의혹 '검찰내사 착수'

본지 단독확인 결과 담당 검사 "조사 들어가"

2007-02-03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의 위성DMB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몇 차례의 검찰 수사가 있어왔다.

대부분 흐지부지 되거나 의혹이 있음에도 덮어졌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정치권 일각의 반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위성DMB사업은 주파수 배정 및 방송법 개정, 사업자 허가 등 모든 정책 과정이 사업자(SKT, TU미디어)가 요구하는 대로 진행됐다” 며 “국민들이 원한 사업도 아니고 해당 사업자를 제외한 관련 사업자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무리한 정책적 혜택이 일관되게 관철되는 것이 특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통신 업계 관계자 또한 “SKT의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정치권은 물론 관련 부처와 감사기관까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손봉숙 의원 역시 사업 추진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를 제기했다.

한편 최근 서울지검 형사부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일보>이 담당검사와 전화통화한 결과 "SKT의 위성DMB사업과 관련된 진정서가 접수돼 수사에 들어갔다" 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번만큼은 확실한 수사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SKT의 위성DMB사업과 관련한 소송 선고기일이 갑작스레 미뤄졌다.

또 이번 사건을 맡은 김모 부장판사가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매일일보> 취재결과 확인 됐다.

6년간 4차례 수사 흐지부지, 시민단체 “이번엔 의혹 밝혀야
최근 행정법원 담당판사 선고기일 앞두고 돌연 사표 왜?


김 판사는 사임연유에 대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 며 “이유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다”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묘한 시기에 사건을 맡은 담당 판사가 그만둔 것이 의심스럽다”며 “이번 역시 과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덮어지는 것이 아니냐” 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판사는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자리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로 전해진다.

<매일일보>은 그 동안 두 차례(본지 75, 76호)에 걸쳐 SKT의 위성DMB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정치권 일각과 관련업계, 시민단체의 시각을 집중 추적, 보도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SKT 측에서는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하며 “SKT는 위성DMB사업을 추진하면서 법대로 했을 뿐 어떠한 특혜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해당 부처인 정통부와 SKT측의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는 그간 위성DMB사업과 관련해 몇 차례의 수사가 조용히 진행돼 왔다.

문제의 초점은 정통부가 SKT의 위성DMB사업을 위해 허가해준 주파수할당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지난 2001년 대검찰청 특수부에서는 주파수 분배논란을 둘러싸고 박용관 부장검사 지휘아래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몇 차례 담당검사가 바뀌는 과정 속에서 결국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당시 이 문제에 주목해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검 특수부의 수사조차 유야무야 할 만큼 SKT의 입김이 거센 것이냐” 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후 2003년 이 사건은 당시 정통부의 주파수 분배에 이의를 제기한 한국멀티넷(이하 멀티넷)이라는 한 중소기업에 의해 정식 고소됐고, 서울지검 형사부에서 조사에 들어갔다.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2.535 GHZ에서 1.655 G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 대한 사업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97년 4월 당시 SKT와 데이콤, 멀티넷 등 10여개 회사는 정통부에 무선 케이블TV 사업을 신청했다.

이듬해 최종적으로 멀티넷만 정통부로부터 무선국 허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2001년 10월 정통부가 SKT에 2.5 GHz 주파수 대역에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5 GHz 대역에는 이미 멀티넷이 무선 케이블 TV 사업에 100억을 투자하는 등 사업이 진행 중 이었기 때문이다.

멀티넷 측은 이에 대해 “정통부가 전파법과 규정 등을 무시하고 SKT에 특혜를 주었다”며 “또한 정통부 직원들은 해당 주파수를 SKT에 분배하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즉 정통부는 2630-2655GHz 주파수 대역을 애초에 '무선CATV'용도로 결정돼 있던 것을 뒤집어 '위성DMB방송을 위한 위성망 임대’용도로 변경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정통부에서는 지난 2002년 4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상희 의원의 서면질의에 따른 답변서에서 2535MHz-2655MHz 주파수 대역은 ‘위성DAB’가 1차 업무, ‘무선CATV전송’ 은 2차 업무로 분배되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파수의 할당 공고는 전파법에서 특정용도로 이미 분배 고시 되어 그 용도가 결정된 특정주파수의 이용권을 특정인에게 부여하기 위한 안내 절차일 뿐, 이미 분배고시를 통해 그 용도가 결정된 이용용도를 주파수할당 공고 절차를 통해 다른 용도로 변경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멀티넷은 SKT 가 위성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사업권을 따 놓고도 자동차나 PDA, 휴대전화를 통해 동영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방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사업 목적과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KT는 할당받은 주파수를 통해 현재 자회사TU미디어를 이용해 전 방위적 방송 사업을 하고 있다.

대검 수사, 국정감사 모두 흐지부지

당시 정통부는 멀티넷의 주장을 검토해본 뒤 정면 대응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섰다.

정통부 관계자는 2.5 GHz대역 사업 우선권과 관련 “지난 97년 4월 9일 공시된 '무선 CATV전송용 주파수 분배고시'에 따르면 2.5 GHz의 주파수대역은 DAB용에 우선권을 준다고 되어 있다”며 “멀티넷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했다.

정통부 전파방송관리국 조규조 주파수 과장은 “무선국 허가증을 내줄 당시 부관사항을 통해서도 향후 도입될 DAB의 혼선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면서 “2.5 GHz대역은 향후 DAB용으로 사용할 예정인 대역이므로, DAB 도입시 소요량 60MHz를 즉시 반납하는 조건으로 무선국 허가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형사4부에서는 조 과장을 비롯 정통부 직원 10여명을 차례로 소환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매일일보>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정통부 조 과장은 몇 가지 혐의들을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검사가 박상희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묻자 조 과장은“사실은 2535MHz~2655MHz 주파수 대역에서 ‘무선CATV전송용’ 업무도 1차 업무로 분배되어 있다” 면서 “그러나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는 조모 사무관이 착오를 일으켜서 ‘무선CATV 전송용’이 2차 업무라고 한 것이다” 고 진술했다.

그러나 담당검사가 기준이 되는 주파수분배표를 들어가며 재차 질문하자 조 과장은 “잘못했습니다.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시인했다.

이에 당시 멀티넷 측은 “조 과장과 정통부 공무원 여러 명이 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의 감수자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의적인 것이 아닌 ‘착오’라고 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정통부가 사무관, 과장, 국장 등 몇 번의 결제 과정을 거치면서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바로 이것이 정통부에서 SKT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기 식 행정을 한 것” 이라며 “적법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분야가 전문적이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악용한 행위”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 조사에서는 국제전파규칙에는 25MHz만 위성DAB를 위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통부 공고에서는 60MHz를 위성DAB용으로 사용하도록 공고를 한 것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담당검사가 “정통부공고제1997-50호 부관에서 60MHz를 반납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제협약528(1992)에 위배되는 것이지 않느냐” 고 질의하자 조 과장은 “그 점은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몇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종적으로 “혐의는 있으나 불기소 처분”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멀티넷 측은 2004년 서울고검에 이 사건을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그런데 놀랍운 것은, 당시 사건과 관련이 있었던 한 관계자는 조사를 받았던 정통부 조모(여자) 사무관의 남편이 현직 판사로 재직 중이었으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검 형사부 은밀히 내사 착수

이후 지난해 9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방송위 국정감사에서 “위성DMB 사업자 선정 과정에 불법과 의혹이 난무한다며 감사원 감사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손 의원은 △SKT의 위성DMB 방송을 위한 위성망 임대사업의 불법 여부 △일본 MBCo와 국제위성망 궤도 공동 사용 계약 시 이면계약 여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SKT와 TU미디어에 특혜 부여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손 의원은 우선 “SKT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방송사업을 할 수 없음에도 위성디지털오디오방송(DAB)사업을 위해 국제위성망 궤도를 신청했다” 면서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기간통신사업자인 SKT는 ‘전기통신역무’를 위해 주파수를 할당받을 수 있으나 이를 임대할 수는 없다” 며 “따라서 현행법상 SKT의 위성방송망 임대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 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또 “방송위원회가 당초 위성DMB는 기간통신사업이 아니 라 방송사업이라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정통부에서는 위성DMB 사업을 기간통신사업으로 정의해 SKT에 직접 허가를 내주려 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SKT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위성망 사업자 ”라고 반박했다.

SKT의 자회사(계열회사)로 위성방송사업을 하는 TU미디어는 이와 관련해 “SKT는 전파법 41조(위성궤도 등의 할당)에 따라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아 기간통신역무로서 위성DMB 위성망 임대사업을 하게 되며, TU미디어는 이를 임차해 방송위성업무를 제공함으로써 주파수의 분배 용도에 적합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TU미디어는 또한 “이는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방송위성망을 구축 해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에 임대하는 것과 동일하다” 며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찰과 감사원 등에도 민원이 제기됐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 됐다”고 덧붙였다.

국감 당시 손 의원은 강력하게 감사원 감사를 주장했지만 여전히 감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국감 이후 곧 감사에 착수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고 비난하며 “하루빨리 감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한편 <매일일보> 취재 결과 지난 해 말 대검 중수부의 한 검사가 이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조사 차원에서 그친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 모니터 요원으로 참여한 한 시민이 위성DMB사업과 관련해 손 의원이 제기한 의혹들과 그동안의 진행 과정들을 서울지검 전자민원에 등록한 일이 있었다.

이 진정이 받아들여져 현재 형사부에서는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과연 어디까지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 (SKT의) 위성DMB 특혜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돼왔다. 여전히 짜 맞추기 식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정통부와, SKT, 검찰은 이 사건을 지켜보는 눈과 귀가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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