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신세계 정용진호가 항구를 떠나 닻을 올렸다. 선장은 당연히 정용진. 그는 오랫동안 1등 항해사 자격으로 선장이 되기 위한 검증을 받아왔다. 그렇게 지낸 지 수 년.
마침내 지난해 말 그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이제서야 자신이 추구하는 신세계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일단 닻을 올렸으니, 무조건 전진이다. 성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너무 과한 탓에 십리도 못가 발병이 날까봐서다. 현재 항해를 시작한지 불과 4개월밖에 안된 정용진호는 이미 노가 반쯤 부러졌고, 배 밑은 암초에 걸려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도 보인다.
이에 <매일일보>이 정용진호를 긴급점검해봤다.
신세계, 지난해 12월 정용진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잇단 공격적 행보
정 부회장의 행보, 롯데와 과도한 경쟁 유발, 서민경제 외면 등 파열음
지난해 12월 1일 총괄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글로벌 유통 톱10’ 진입을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통공룡으로 평가받는 신세계그룹을 세계적인 유통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각오다. 정 부회장은 새해벽두부터 이마트발 가격할인을 전면에 앞세워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나섰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외향적인 성장도 꾀하고 있다. 국내외 M&A시장에 나온 먹잇감을 호시탐탐 집어삼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취임 4개월 동안 끊임없이 하이킥만 날리고 있는 정 부회장을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이킥만 날리는 정용진 부회장
정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신세계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이다.
한 달여간의 고민 끝에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신세계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일단 올 한해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이마트의 가격경쟁력 확보, 백화점 사업 가속화, 온라인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신세계를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이마트의 가격인하.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대형마트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어 두 번째 작품은 조직 확대 개편 통한 두마리 토끼 잡기. 이마트몰의 조직 개편을 하고 전담임원까지 배치한 데 이어 신세계I&C로부터 백화점 부문의 온라인몰 사업인 신세계몰을 인수했다.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오프라인시장과 함께 온라인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업 부문 강화. 정 부회장은 연초부터 직접 상하이 출장에 나서 매출 확대와 추가 출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용진호는 당초 공언한바대로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정용진호, 궤도수정 고민해봐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 준비도 덜된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해 오히려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 이마트발 가격할인을 보더라도 그렇다. 롯데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앞다퉈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과다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나아가 대형마트들이 ‘할인가격’ 혹은 ‘초특가’라고 강조하는 일부 상품은 온라인홈쇼핑이나 백화점, TV홈쇼핑 등에서 더 낮거나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초 영남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부산센터시티점은 1년 동안 지역 주민의 성원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둬들였으면서도 지역 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산시의 '대형유통기업 지역기여도 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 센텀점에 입점한 업체 805개 가운데 지역 업체는 18.8%인 151개에 그쳐, 입점업체 2,624개 중 지역 업체가 688(26.2%)개인 롯데백화점(4개점 합산)에 채 못 미쳤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방방 곡곡에서 롯데와의 상권 장악을 위한 자리다툼에 이은 감정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 시점에서 곰곰이 궤도 수정을 고민 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세계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지금처럼 너무 지나친 행보는 오히려 여기저기서 파열음만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하튼 재계에서는 정용진호가 이 험난한 파도를 넘어 목적지인 '신세계'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런 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