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재계에서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세대가 물러나고 3,4세대 젊은 오너들이 자리를 꿰찼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효성그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느 재벌기업과는 달리 효성은 꽤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효성 조석래 회장은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는데, 어느 누구하나 빠지는 자식이 없어 누구에게 왕좌를 물려줄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낙점받기 위한 이들 3형제간의 총성 없는 싸움은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단골메뉴로 종종 등장하곤 한다.
효성가 3형제, 아버지에게 환심사기 위한 전략적 사업 박차
장남 조현준 사장, 우위 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지수
효성가 황태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첫째 황태자인 조현준 사장은 생뚱맞은 스포츠관련 회사 지분을 매입했고, 앞서 둘째 황태자인 조현문 부사장은 효성의 지분을 확대하고 나섰다.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가 3형제간 총성없는 싸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
효성가 3형제, 소리없는 전쟁 또?
지난 2월 초 효성가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트리니티에셋매니저먼트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36억원을 투입해 최근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IB스포츠 지분 90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조 사장측은 17.84%에서 22.42%로 지분이 늘어났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의 그동안 행보를 놓고 봤을 때 스포츠 관련 회사의 지분을 매입한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효성측은 “단순한 투자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효성가의 분위기는 살벌하다. 몇 해 동안 비자금조성 의혹을 받아왔고, 이 사건이 마무리 될 때쯤에 또다시 효성가 황태자들의 해외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금까지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더욱이 잇단 의혹이 터질 때마다, 조석래 회장은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수장인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과는 사돈관계가 있기 때문.이 대통령의 초기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주창함과 동시에 기업의 ‘권력형 비리’ 척결에 나섰을 때, 사돈이자 경제 수장인 조 회장은 어느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조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은 각종 의혹과 구설수에 휩싸여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여기에 조 회장의 자식들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불법 해외부동산 매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금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이래저래 면목이 서질 않았다. 이 때문이었을까. 올 초 있었던 효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조 회장의 3남들은 모두 승진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효성가 3형제들이 그동안 그룹 내에서 각자가 맡아온 사업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냈고,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승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더욱이 최근 재계에서는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성 역시 이런 추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효성측은 “아직 승진할 때가 안됐기 때문”이라며 짧게 일축했지만,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일각에서는 효성가의 3형제들이 불법 해외부동산 매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혹여 승진을 하게 되면 비난 여론이 일까해서 승진을 뒤로 미뤘다는 시각이다. 여하튼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돌고 있는 가운데, 최근 효성가 3형제들이 야릇한(?) 행보를 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들 3형제의 최근 행보가 이래저래 물의를 일으킨데에 대한 아버지 조 회장으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재계에서는 이미 조 회장이 성과주의적 성향을 가진 오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 회장이 3형제 중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낸 아들을 왕좌에 앉힐 것이란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첫째 황태자, LED사업 통한 아버지 환심 사기
조현준 사장이 최근 김연사 선수 소속사 IB스포츠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생뚱맞는 일이겠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조 사장이 주력해온 IT사업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최근 발광다이오드(LED)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스포츠 관련 기업을 통해 체육관 등 각종 체육시설에 LED전광판 및 조명을 쉽게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IB스포츠 지분을 매입했다는 시각이다. 또한 올 초 조 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에피플러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에피플러스는 역시 효성이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려는 LED 분야 기초소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IT분야 강화를 통한 성과를 다시 한번 아버지 조 회장에게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조 사장은 미국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미쓰비시상사와 미국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1년 효성물산(주) 입사했다. 입사 후 그는 승승장구. 무역PG(사업부문)장을 맡아 매출을 늘리면서 ‘효성ITX' 등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이에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당연히 조 회장의 뒤를 이어 후계자라로 이미 낙점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잇단 구설수와 동생들의 추격에 후계자로 인정받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황태자, 건설부문 강화 통한 역량 발휘
형보다 앞서 차남 조현문 부사장도 지난달 9일과 10일 이틀간 효성의 주식 4만7308주(0.13%)를 추가로 매집해 보유지분을 7.12%로 늘였다. 한때 조 부사장은 형보다 빨리 기간을 단축시키며 등기이사로 올라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3형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욱이 최근 조 부사장이 단독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했던 이들 형제간에 다시금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기에 재계에서는 최근 효성이 지난 2008년 초 인수한 진흥기업을 바탕으로 건설부문 강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부사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흥기업 인수 당시 물밑에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조 부사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조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전격 선임된 데에도 ‘진흥기업 인수’를 물밑에서 진두지휘한 공로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효성으로 자리를 옮긴 이종수 전 현대건설 사장(현 효성그룹 부회장 겸 진흥기업 대표이사)과 함께 조 부사장이 건설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 부사장은 올해 42세로 보성고,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동대학원 경영학과, 하버드 법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1999년 효성 전략본부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대학재학 시절 가수 신해철 등이 멤버로 참여한 그룹 ‘무한궤도’를 결성, 대학가요제에 키보드 연주자로 출연해 대상을 수상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조 부사장은 효성중공업 부문 장기비전 수립과 중국 남통우방변압기 회사 인수 등 해외진출 확대를 통해 25개 사업부문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막내 황태자, 사돈기업 업고 일발장전
형들이 대권을 향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셋째 황태자인 조현상 전무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조 전무는 앞서 큰일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초 코스닥상장사인 ‘광림’의 김여송 대표의 큰딸 유영씨와 결혼한 것. 광림은 중장비 전문업체로서 지난 2008년 기준 매출액은 750억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효성의 주요 사업과도 연관성이 깊은 광림이 사위인 조 전무를 전폭 지원사격하고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조 전무 역시 불법 해외부동산 매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눈 밖에 난 아버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행보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조 전무는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美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Bain&Company의 동경 및 서울사무소, 일본의 최대 전화회사인 NTT 도코모 등에서 근무하다가 효성에 입사, 현재 전략본부 전무로 그룹 전략과 경영전반을 담당하는 사내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어느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자식들 중 과연 누구를 최종 선택할 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장남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지만, 동등한 위치에서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조 회장의 성향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 어느 누가 ‘포스트 조석래’로 최종 낙점될런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지금도 이들 3형제간 총성없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