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메르스 이어 그렉시트 쓰나미 대비해야”
2016-06-1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그리스 구제금융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리스와 채권단의 의견 조율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이미 주요 기관투자자 중 일부는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대비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한국 역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60포인트 하락한 2028.72로 장을 마감했다. 이 날 한때 코스피는 2008.46까지 급락하면서 2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이날 시장 급락의 원인은 그렉시트 현실화 우려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11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매도폭이다.미국과 유럽 증시 역시 흔들리고 있다.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7.67포인트(0.60%) 하락한 1만7791.17로 종료됐다.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10% 하락한 6,710.52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1.89% 급락한 1만984.97에 마감해 2월말 이후 처음으로 1만1000선 아래로 내려섰다.범 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는 1.69% 하락한 3443.58을 기록했다. 그리스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ASE)는 개장 초 6%대의 폭락세를 보였지만 낙폭을 다소 줄인 4.68%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다.전일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달 말로 종료가 예정된 구제금융에 대해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 간 의견차만 확인한 채 45분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함께 유로존에서 퇴출될 전망이다.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그렉시트를 점치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실제 유럽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한때 3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채권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독일 국채 매입세는 강해졌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0.7%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자산운용사 GAM이 78곳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기관투자자 34%가 내년 5월말 이전에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그렉시트에 대비해 이미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들어갔다는 기관투자자들도 있었다.세계적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그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을 40%로 제시했다.슈로더의 키스 웨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 위험과 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간부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그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다.OECD는 전망치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와 유가 반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꼽았다.수출 중심의 한국 역시 그렉시트에 따른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對)EU 수출은 2012년 적자로 전환한 이후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107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 적자를 봤다.이런 상황에서 그렉시트에 따른 유로전 전체적인 경기 침체는 대 EU 수출 감소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유로화 약세에 따른 원·유로 환율 하락 역시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에 유입된 유럽계 자금의 유출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 사태의 한국경제 파급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거나 그렉시트 우려감이 커지면 올해 대 EU 수출 증감률은 전년대비 각각 1.4%포인트, 7.3%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리스발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최소화해야 하는 한편 원·유로 환율 하락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맞춤형 수출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