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르포- 황우석 파문 그 후
"황교수에 대한 믿음이 배신으로"

A씨 “의대, 황 교수와 수의대 연구 성과 눈독”

2007-02-13     김호준 기자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수의대 ‘사면초갗 vs 의대 ‘의기양양’> <A씨“한 동안 수의대 전체가 암흑과 같았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으로 수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서울대학교 수의대. 지난 7일 오후 2시경 기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대 수의대를 찾았다.

방학 기간중이라 수의대 연구실과 강의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순간 황 교수 파문 여파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문득 스쳐 지나갔다.

황우석 파문에 대한 수의대 교수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교수실을 찾았지만 교수들은 “할 말 없다”면서 문적박대하기 일쑤였다. 기자는 할 수 없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들고 수의대의 현재 분위기와 황 교수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한결 같이 할 말이 없다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수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가량이 흘렀다. 점점 지쳐갈 무렵 우연찮게 담배를 피우러 휴게실로 나온 김 모군(26)을 설득해 힘겹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서울대학 수의대 김 모군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황우석 교수의 사건이후 달라진 수의대 내부분위기는 어떤가?
“솔직히 말해 서울대 학생 뿐 아니라 수의대 내부 전체가 한동안 암흑과 같았다. 6층이 폐쇄되었을 때에는 우리 모두는 손을 놓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진정된 상태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많이 나아진 상태다.“

- 현재 황우석 교수에 대한 수사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데.
“현재 학생들은 예전처럼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솔직히 실망도 많이 하고 심지어 황 교수님에게 배우려 수의대에 지원한 신입생들조차 충격을 안고 휴학까지 한 학생들이 꽤 된다. 노성일 이사장의 발언 후 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전혀 동요치 않고 황 교수님을 지지했는데 갈수록 비리 혐의가 짙어짐에 따라 학생들의 마음은 이제 황 교수님을 떠난 것 같다.”

- 의대 쪽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데.
“수의대는 예전부터 의대와의 충돌을 빚으며 무시당하는 측면이 많았는데 황 교수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우리 수의대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황 교수 연구 이전에는 의대 쪽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연구비지원들과 곱지 않은 시선들만 있었을 뿐이었다.

문제는 지금 황 교수 파문 이후 의대 쪽에서는 의생명과학부를 신설해 황 교수와 수의대쪽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려는 의도에 수의대의 한 학생으로서 무척 기분이 나쁘다. 물론 총장님이 자신의 임기동안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하기는 하였지만 그런 의도를 품은 의과대학 쪽에 심한 반발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 수의대의 앞날을 전망한다면.
“일단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것 같다. 비록 황 교수가 각종 의혹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력만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황 교수가 서울대교수직을 사퇴하게 되더라도 그 기술만큼은 계속해서 개발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수의대 교수진들과 학생들은 현재 사건의 추이에 관계없이 예전처럼 학업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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