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동아시아 경제 삼국지(三國志)

“중국 리스크 대응 위해 한·일 협력해야”

2015-06-22     곽호성 기자

[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지 50주년을 맞게 되면서 한중일 3국의 관계에 대해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3국의 관계는 지정학적, 경제적, 정치적인 이유로 끊임없이 경쟁하고 충돌하면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의 위·촉·오 3국의 관계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한국의 장래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을 늘리고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56.3%가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찬성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8월에 있을 아베 총리의 담화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이 미흡하더라도’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반대하는 응답은 38.5%, 모름 및 무응답은 5.2%였다.

다만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견해도 상당히 높았다.

일본의 우경화가 걱정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72.8%였고, ‘동북아 내 일본의 안보 역할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58.7%가 찬성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것은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따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87%, 일본인의 64%가 양국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찬성하는 여론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과거사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실리는 챙겨가면서 대화를 이어가자’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비약적 경제성장으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위·촉·오 형세가 지금의 동북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 필요성을 보여준다. 삼국지에서는 강력한 위나라를 촉나라와 오나라가 동맹을 맺어 견제했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깊은 감정의 골이 있듯 촉나라와 오나라도 양국 간 전쟁으로 인해 악감정이 있었지만 실리를 위해 동맹을 유지했다.

특히 한국은 삼국지의 3국 중 가장 먼저 무너진 촉나라와 닮아 있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제일 강대한 위나라를 연상시키며 일본은 양자강을 자연방어선으로 하고 있어 방어에 유리했던 오나라와 닮았다. 일본은 중국과의 사이에 바다를 끼고 있다.

한국이 촉나라와 닮은 점은 사회지도층이 국가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부족한 점, 인재 부족(저 출산 고령화), 병역 기피 심리(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정부패가 남아 있는 점, 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 등이 꼽힌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력이 강해지는 만큼 위험도 커질 것이므로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협력이 활발하지만 한일 경제협력이 위축되고 있어 문제”라며 “일본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중국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한일 협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