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 여윳돈 3년만에 최대
한국은행 자금순환 발표…잉여자금 30조원 육박
2015-06-2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가계가 쓰지 않고 쌓은 여윳돈이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2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28조8000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2.8%) 늘었다.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4조5000억원)와 비교해서는 15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다.잉여자금은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이 자금의 증가는 그만큼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음을 뜻한다.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새로운 국제기준(2008 SNA)을 적용해 자금순환 통계를 새로 낸 2013년 이후로는 최대치다.옛 국제기준(1993 SNA) 통계와 비교하면 2012년 1분기(31조5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계가 잉여자금을 가장 많이 쌓은 것이다.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의 문소상 팀장은 “1분기 가계소득 증가가 잉여자금 확대 배경”이라고 말했다.통상 1분기에 특별상여금 지급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증가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전기 대비 4.2%)이 5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반면 소비 증가는 소득 증가에 미치지 못해 잉여자금 규모를 키웠다.민간소비는 고령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1분기에도 증가율이 전기 대비 0.6%에 그치는 등 2013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한편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비금융법인기업)은 이익 개선의 영향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지난해 4분기 7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조4000억원으로 줄었다.1분기 기업(비금융법인)의 자금운용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전기(9조5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자금조달 규모가 같은 기간 16조8000억원에서 9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기업 자금조달은 간접금융(대출) 금액이 15조6000억원으로 전기(9000억원)보다 대폭 늘었지만 상거래신용과 같은 기타 부문이 순상환(11조6000억원)으로 전환돼 전반적으로는 감소했다.문 팀장은 “1분기 기업의 매출감소로 상거래 매출채권 규모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실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전분기보다 늘어났다고 볼 수 있”고 평가했다.일반정부 부문은 재정의 조기집행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19조4000억원의 자금잉여가 1분기 5조5000억원의 자금 부족으로 전환됐다.국외 부문은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 자금부족 규모가 27조9000억원에서 27조3000억원으로 줄었다.3월말 현재 총 금융자산은 1경4105조원으로 지난해 12월말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문 팀장은 "1분기 중 주식 및 채권 가격 상승으로 금융자산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