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생활안전과 서도지구대 근무를 명받았습니다"
대구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2팀 순경 이지영
2016-06-24 조용국 기자
[매일일보]빛나는 임용장을 있는 힘껏 가슴에 부여잡고 처음 지구대에 들어섰을 때의 자신감은 지구대 천장을 뚫다 못해 영예로운 나의 기운이 경찰청 까지 닿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어렸을 적부터 경찰을 천직으로 알았고 사명이라고 여겨왔다.출근 첫날의 짜릿함은 필자의 인생에 있어 값지고 고귀한 순간이었다고 자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분기탱천을 꺾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술 이었다.필자도 술을 즐기고 한때는 과할 정도로 술잔을 꺾었던 시절도 있었다. 실수도 했었고 많은 실수들을 봐왔다.그러나 내가 그동안 보았던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임용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첫 야간 근무날 지구대로 당당하게 입성한 주취자는 두발로 서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거나하게 취해있는 상태였다.이어지는 고성과 욕설, 아무데나 드러눕는것은 양반이요 다짜고짜 바지를 벗더니 뭇사람들의 시선은 두렵지않다는 듯이 피의자 대기실에 시원하게 볼일을 보던 그 패기.화장실에서 걸레를 가지고 와 바닥을 닦는데도 이어지는 욕설과 고성에 괴로웠지만 놀란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래 이것이 살아있는 현장이야.처음부터 심한것부터 봐야 적응이 빠를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속으로 되뇌였다. 그리고... 지구대 근무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더 지린내 나는 걸레질을 해야 했다. 더 놀랐던 것은 선배 경찰관들의 무심한 태도였다.더 이상 놀랄것도 없다는 듯이 일상적인 업무를 보고 간간히 "거참 조용히좀 하시죠"라며 적당한 제재를 가하시는 여유넘치는 내공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만성이 됐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경찰 내부에서도 심한경우를 제외하고는 평범한(?) 주취소란에 대해 적당히 술깨워서 귀가조치 시키는 미온적인 대처가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이는 곧 경찰력의 낭비이자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력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에서 주취소란으로 인한 경찰력 낭비로 치안공백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국민이 우리의 이웃, 가족, 심지어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민주 국가에서의 바람직한 경찰상은 국민을 보호하는 일에는 최대한의 경찰력을 쏟고 범법행위에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사회 기초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희망의 새 경찰, 창경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경찰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지금도 일선의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수많은 동료경찰관들이 업무스트레스 보단 주취소란에 많은 곤욕을 치루고 있다.2013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으로 관공서주취소란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아지고,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입건 등 강력대응도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진 경찰에게 가해지는 주취폭력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이는 경찰의 법집행보다 사실 관용적인 음주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섰을때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고 우리 경찰의 대민치안서비스 질이 제고되지 않을까?앞으로 이어질 나의 경찰생활에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 변화의 바람도 불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