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vs 토러스투자증권, 면세점 평가 보고서 ‘논란’

“근거제시도 못해 신뢰성 떨어져” vs “증권사 고유영역 침범”

2015-06-28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한 증권사 보고서를 두고 현대백화점과 토러스투자증권이 서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토러스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면세점 심사평가 점수를 산정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반면,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김모씨는 고유 권한을 침범한 ‘외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지난 25일 애널리스트 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백화점 오 모 부사장에게 최근 작성한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 보고서를 문제 삼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또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것,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를 일일이 삭제할 것, 보고서가 잘못된 분석이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김모씨는 해당 보고서에서 신규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7개 대기업 및 합작법인을 분석해 수치화했는데,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입찰을 위해 세운 법인인 현대DF가 가장 낮은 점수인 570점을 받았다. 1~6위는 SK네트웍스(949점), 신세계(833점), HDC신라(798점), 한화(669점), 이랜드(650점), 롯데호텔(639점)이 차지했다.그가 현대백화점을 가장 낮은 순위로 꼽은 이유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으며, 쇼핑·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미 인근에 롯데면세점 무역센터점과 롯데월드면세점이 있어 입지면에서 불리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높은 신용등급과 낮은 부채비율에 대해서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무차임 경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고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점수를 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했다”며 “해당 연구원은 어떤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근거 제시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이어 “보고서를 철회하라는 게 아니라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한 순위표와 점수를 빼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일각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증권사의 예측 보고서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져오고 후보업체와 증권사 간 갈등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입찰 후보들은 각각 강, 약점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어떤 기업이 사업자에 선정될 가능성을 속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다만 이들이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디까지나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분석·전망 자료에 불과한 만큼 꼭 모든 사업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의견을 담은 보고서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라며 “이번 사건은 애널리스트의 고유 권한을 무시한 사례”라고 지적했다.금융감독원도 정당한 보고서에 대해 압력을 가한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증권사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