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달려라 'DJ철도 2006!'

철도방북, 월드컵열차 이벤트 허와 실

2007-02-15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매일일보=곽호성 기자] 모든언론이 ‘DJ 방북 프로젝트’를 보도했다. 또한 여권에서는 이미 지난 해 9월 말부터 김정일 답방을 포함한 남북관계 이슈를 2006년 지방선거 전후 주요 정책이슈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된 내용은 올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여권전체가 차기 주자들의 대권-당권 경쟁으로 인해 흔들릴 경우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이슈를 노 대통령이 주도해나가기 위해 미리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식으로 여권 측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 가운데 하나가 DJ의 4월 철도방북이고, DJ의 방북은 한국 사회에 다시 한번 통일무드를 조성하고 호남세를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DJ의 방북을 개헌의 출발점으로 보는 견해도 소개하고 있다. 4년 중임제와 함께 남북관계의 변화도 헌법개정의 내용으로 담자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여기에 개헌과 관련, 정치지형 자체의 변화도 점치고 있다. 물론 이런 정계개편은 여당이 ‘DJ 방북바람’에 힘 입어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DJ의 철도방북과 한나라당의 불안감

한편 DJ의 북한 방문에서 철도가 이용된다는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모신문 기사에서는 DJ의 철도방문이 결국 김정일의 답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행기 이용을 꺼려하는 김정일은 전용열차를 즐겨 이용해 왔는데 그래서 DJ가 직접 철도방문을 통해 이 길로 내려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이런 행보를 곱게 볼 리 없다. 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보수진영 측 입장을 소개했는데 보수진영 인사들은 DJ의 북한행을 사실상의 신 북풍공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 측은 통일 대 반 통일세력의 대결구도로 정국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서 DJ방북을 놓고 논란이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DJ에게 ‘엄포’를 놓았다. 15일 노컷뉴스 ‘방북강행하면 상응조치 - 한나라당 DJ에게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한나라당은 철도방북을 지방선거 이후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제 2의 대북송금 사건’ 등 방북의미를 상쇄할 극한의 방안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DJ의 지방선거 이전 방북을 막기 위해 DJ에게 ‘보복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의 이상한 행보

그러나 15일 기사에서 나온 한나라당의 ‘보복압력’은 아무리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노컷뉴스 기사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 측은 지방선거 이후에 DJ가 방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방선거 이후에 DJ가 방북하면 ‘야당의 환영과 축복’ 속에 다녀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도대체 한나라당의 ‘보복수단’이 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뭔가 DJ의 ‘약젼을 잡아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DJ가 지방선거 이후에 방북한다면 그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덮어줄 것이란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능성은 크게 둘로 나눠진다. 한나라당의 보복압력이 그야말로 ‘허풍’일 가능성이 있고, 다른 하나는 뭔가 약점을 잡고서도 침묵하고 있는 경우다. 노컷뉴스 기사를 좀 주의깊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나라당의 행보에 의심을 가질 것이다.

만일 보수야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DJ의 4월 방북과 관련한 문제점을 짚어냈다면 당장 발표를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DJ가 4월 방북을 강행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캄를 취하겠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캄가 ‘제 2의 대북송금 사건 등’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의문은 점점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즉,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DJ의 약점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아무런 약점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DJ 앞에서 허장성세를 드러낸 꼴이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는 시간이 흘러가면 드러나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DJ 북풍’을 막기는 힘겨워 보인다.

DJ, 열차로 북에 갈 수 있을까

이제는 DJ의 북한 방문계획을 살펴보자. 지금 언론지상에는 DJ가 열차를 통해 북에 가는 것으로 나와 있다. DJ가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를 타고 북에 간다고 전하고 있다. DJ가 타고 갈 열차 경복호는 외형은 새마을호와 유사하지만 최고 시속 160킬로미터이며, 차체가 방탄처리 되어 있고 전파 차단 장비도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DJ는 열차를 타고 북에 갈 수 있는 것일까? 과거 DJ정부는 경의선을 복원하면서 언젠가 우리 국민들이 열차를 타고 북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광고했었다. 그러나 과연 현재 그것에 얼마만큼이나 다가가 있을까.

내일신문 기사를 보면 DJ의 철도방문이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이 드러나 있다. 내일신문 보도에 나온 DJ 철도방문이 쉽지 않은 이유를 짚어보자.

① 남한 최북단인 도라산역과 북한 개성역을 잇는 철도공사 미 완공

내일신문 보도를 보면 현재 판문-손하-개성역사 건설과 전기-통신 부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철도는 도로와 달리 본격 운행 전에 시험운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면 DJ방북 시점인 4월까지 공 사를 끝마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땅이 얼어붙어 공 사가 힘들다며 완전 개통을 앞당기려면 북측의 협조가 절실하다’라고 기 말했다.

② 경의선 완공 되어도 한국열차가 북한 선로 달리는 것은 어렵다

내일신문에 나온 철도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의선 완공 후에도 한국 열차가 북한 선로를 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전압 과 신호체계 등에서 북한 철도와 한국 철도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 철도는 교류 2만 5천볼트를 이용하지만 북한 철도는 직류 3 천볼트를 이용한다. 또 신호체계가 호환되지 않아 안전을 위해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경의선 상에 있는 모든 열차는 운 행을 중단하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③ 북한 철도시설 안전도 의문

게다가 북한 철도 시설이 낙후되어 있어 북한의 모든 철도 시설들을 미 리 점검해야 한다는 것도 큰 과제다. 북한의 모든 철도 시설들이란 터널 이나 교량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철도공사 측은 ‘이런 문제점을 모두 고려해 가능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9일 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남북 철도가 시스템이 다르지만 북측 기관사가 우리 디젤기관차를 시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저속 운행하고 수신호를 이용한다면 임시열차 운행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적어도 대중들이 머리에 그리는, 우리 열차가 정상적으로 씽씽 북한 땅을 달려 평양역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북한 철도의 현실

그렇다면 북한 철도의 현실을 좀 더 살펴보자. 한때 우리는 우리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나 중국 횡단 철도 등과 연결된다고 하여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들뜬 적이 있다. 하지만 냉정히 북한 철도를 살펴보면 ‘물류혁명’의 날은 아직 까마득히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04년 4월 KBS 는 북한 철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① 철도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교량-터널 상당수가 붕괴 직전

② 통신 신호 체계 낙후로 대형 참사 위험

③ 레일 마모 침목 손상 심각해 탈선 위험

또한 이 기자의 보도를 보면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철도를 유지-보수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한다. 이는 즉 북한 철도가 상시 대형 참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겨레21 2004년 11월 9일자에 게재된 동북아시대위 평화전문위원회 나희승 수석 전문위원의 글을 보면 러시아 측은 북한 철도를 유지-보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24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제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비용으로 남북 관계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러시아나 주변국과 나눠 부담하는 방안을 생각하더라도 쉽게 투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열차는 ‘꿈’으로 끝나고

또한 한때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월드컵 열차’도 공허한 정치 쇼로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8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북한 측이 월드컵 열차 운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하고 대신 축구팬들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시킨 뒤 거기서 열차편으로 유럽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월드컵 열차는 그 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열차 운행의 기술적 한계도 있지만 오랜 세월 외부와 격리되어 살아 온 북한 주민 사회로 월드컵 열차가 들어갈 경우 아무래도 북한 내부의 동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월드컵 열차’는 2010년 월드컵을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물론 2010년에도 월드컵 열차가 달릴 수 있을지 없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월드컵 열차의 꿈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10년 안으로 월드컵 열차가 정말로 한국 축구팬들을 가득 싣고 유럽으로 달릴 지도 모른다.

비록 축구팬들의 꿈을 실은 월드컵 열차는 달리지 못하게 되었지만 DJ와 여권의 꿈을 실은 DJ 방북열차는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열차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가운데 유명한 것이 ‘은하철도 999’인데 한국에서는 조만간 현실에서 ‘정치철도 999’가 등장하게 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