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상품·통합 물류’에도 거리감 여전

외환 노조 “합의가 우선” vs 하나금융 “사전작업 필요”

2015-06-2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하나금융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 분주하게 펼쳐지고 있다.법원의 하나·외환 합병 중단 가처분 결정 기각을 계기로 조기통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장밋빛 전망’도 이 같은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그러나 통합 상품과 통합 물류센터 등의 물리적 통합작업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결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공동영업활동과 상품개발 강화로 두 은행의 통합 기반을 다지는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대표적인 통합 상품으로는 지난 3월 공동 출시된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 및 적금’이 있다. 최근에는 두 은행이 공동으로 올해 8월 15일 첫 돌을 맞는 모든 광복둥이를 대상으로 돌반지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진행 중인 환전 이벤트 역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단순 상품이나 이벤트의 공동 진행 뿐 아니라 물류배송과 문서수발 업무 관련 통합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지난달 이미 관련 외주업체 선정 제안서를 제출받은 바 있는 하나금융은 내달부터 기존에는 각각 나눠져 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류배송 및 문서수발 업무를 통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무는 기존 외환은행 행우회 출자 기업인 외향산업에서 하나은행 행우회가 출자한 두레시닝으로 변경될 예정이다.실제 두레시닝은 지난 19일까지 ‘하나-외환은행 물류배송’을 위한 계약직 직원 모집에 나선바 있다.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이 하나금융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중단됐던 두 은행의 통합 작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하나금융의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법원이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사실상 바뀐 것은 전혀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무엇보다 외환 노조 측은 하나금융이 내부적으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무리한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보여주기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실제 법원이 하나·외환 합병 중단 가처분 결정을 기각한 지난 26일 하나금융 측은 “오는 29일 오후 2시 30분 하나금융지주 대회의실에서 하나지주 회장,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외환은행장,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하나은행장 등 5인이 모여 상생을 위한 대화를 하자”는 내용을 외환은행 사내게시판에 공지한 바 있다.이에 노조는 양측간 합의로 구성된 ‘4대4 대화단’이 이미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공지한 것은 대화제의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행명사용 약속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통합은행명에 ‘외환’이나 ‘KEB’를 포함시키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외환은행 노조 측은 실질적인 제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이번 법원결정이 2.17 합의서의 효력이나 노사합의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 아닌 만큼, 노사 협상에 특별한 진전이 있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법원 결정 이후에도 노사 협상에 특별한 진전이 있기는 어려워 연내 조기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