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중간점검...‘줄푸세’어디로 갔나
독일 병 잡은 메르켈 총리와 아쉬움이 많은 박근혜 대통령
2016-07-01 곽호성 기자
[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2015년이 하반기로 접어든 가운데 동·서양에서 두 명의 여성 지도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박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내세운 미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꺼내 든 중국 사이에서 한국 경제를 잘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는 ‘그렉시트’ 우려 속에서 순항하는 독일 경제를 잘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임기를 시작한 이래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총리 직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집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총리직 수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특히 박 대통령의 ‘근혜노믹스’에 대해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메르스 여파로 민생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좋은 평가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주자 시절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내세웠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내놓았다.그러나 박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이르러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사라졌다. 최근 박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 마찰도 경제민주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버렸음에도 유 원내대표는 아직도 경제민주화를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줄푸세’를 실천했다고 보수 진영에서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보수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이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실천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박 대통령은 메르스 등으로 인한 경제 불황 속에서 우울한 임기 전환점을 맞고 있지만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여전히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는 메르켈 총리를 세계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았다. 미국 대선주자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2위였고 박 대통령은 11위였다.독일은 지난 2003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0.4%로 하락하자 산업계와 노동계가 타협을 했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 재임 2년 만에 독일의 실업률을 3% 떨어뜨리고 성장률을 2.7% 끌어올렸다. 지난해 세계 수출 1위 국가는 독일이었다.정치권 인사들은 메르켈 총리가 일관된 경제정책을 시행하며 독일 경제를 잘 이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독일인들이 메르켈 총리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무티(mutti, 독일어로 ‘엄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메르켈 총리는 야당의 요구를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을 갖고 있고 책임감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어 독일인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전문가들은 임기 하반기를 남겨놓은 박 대통령에게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메르켈은 대처 이후 유럽의 새로운 영웅”이라고 평가하고 “박 대통령은 4대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박 대통령은)남은 임기 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에 발표한 개혁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