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성완종 수사 중간발표…만만한 노건평?
“특사 부탁·이익 제공 ‘정황’ 포착”…‘연관성’ 의문으로만 남겨
홍준표·이완구 외 리스트 6명 불기소…“로비장부 없었다” 결론
[매일일보]‘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알려졌던 대로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 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경선자금과 관련된 6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등을 근거로 불기소하고 자기 선거자금 문제로 공개소환되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한다는 내용이다.
4월 12일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한 지 82일 만에 나온 이날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노건평씨에게 특별사면을 부탁하고 5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금품거래 시점이 공소시효를 완성했다고 판단하고 건평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과 관련해 ‘노건평씨의 측근’ 이아무개씨가 운영하는 H건설사에 경남기업이 하도급 금액을 과도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경남기업은 2007년 5월 H건설사와 27억여원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하도급 대금은 2009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급됐는데, 성 전 회장의 특사 결정 사흘 전인 2007년 12월28일 5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H건설사에 계약 액수보다 더 지급한 5억원이 특별사면 대가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도급 계약 지급 시점을 특사 결정 시점과 비교해 보면 2007년 12월28일에 특사 대상자 74명에 들어가 있지 않던 성 전 회장이 같은 달 30일 청와대가 법무부에 올린 사면건의에는 추가됐고 같은 달 31일 성 전 회장의 사면안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H건설은 이명박정부 말이었던 2012년 5월 메이저 매체들이 검찰발 정보를 가지고 이른바 ‘노건평 실소유 의혹’이라는 타이틀로 앞 다퉈 보도했던 곳으로, 당시 언론인권센터 등 언론단체들은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를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은 문제의 H건설이 노건평씨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으면서 단순히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전달받은 1억원을 홍 지사에게 건넨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홍 지사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 초기에 경남기업 회계 자료 등을 파쇄하고 회사 자금지출 내역 등 증거물을 숨긴 혐의를 받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씨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옛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2011년 6월에 1억원을,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했던 2013년 4월에 3천만원을 성 전 회장에게 받고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리스트 속 남은 6명 가운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금품거래 의혹 시점이 2006년이어서 이미 공소시효를 완성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나왔고, 남은 5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불기소된 6명은 모두 박 대통령과 관련된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수사 과정에서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과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소환에 여러차례 불응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수사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는 비밀 장부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 초반 수사력을 모았지만 그런 장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