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로 본 한국의 미래는

수출부진 속 가계부채 등이 위기 촉발할 수도

2016-07-05     곽호성 기자
[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그리스가 기술적 디폴트 영향으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자 한국경제의 미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최근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이 6개월째 감소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그리스와 한국경제의 비슷한 부분이 많아 그리스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맞은 첫 번째 원인은 자국의 화폐를 버리고 유로화를 받아들인 것이다.그리스는 유로화를 쓰면서 자신들의 경제수준에 비해 높은 가치를 가진 화폐를 쓰게 되면서 외국에서 차입한 돈이 크게 늘었다. 그리스의 부채 총액은 3030억유로(354조4000억원)다.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에 오는 20일까지 갚아야 할 빚은 35억 유로(약4조4000억원)이며 현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5억 유로(약 1조9000억원)를 못 갚아 기술적 디폴트 상황에 몰려 있다.한국의 막대한 가계부채도 문제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국 금리도 오르고, 수출 부진이 지속되어 실업이 증가해 내수 경제가 더 나빠지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곧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인 가계 부채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여기에 해운업이나 관광업 등 몇몇 산업 외에는 경쟁력이 높은 산업이 없다는 점도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맞은 이유가 됐다.한국의 주력 산업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수출 부진이다. 한국의 올해 1분기 GDP 대비 수출 비중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5%포인트 줄어든 47.0%였다.수출 부진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 제조업은 무서운 기세로 한국 기업들을 따라오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올해 7월 나온 한국은행의 ‘1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가전제품의 수출감소로 기계·전기전자(-4.0%) 부문의 기업 매출이 감소한 것을 비롯, 자동차는 지난 상반기와 비교해 6.2%의 수출 감소를 보였다.5월 제조업 생산을 보면 자동차(-3.7%), 반도체(-4.8%), 전기장비(-5.4%), 기계장비(-4.4%) 등의 생산 부진으로 인해 1.5% 줄었다.제조업 출하량은 내수(-1.4%)와 수출(-0.9%) 모두 하락했고 재고율(출하량 대비 재고량)은 127.32%였다. 이것은 2008년 12월(129.9%) 이후 77개월 만에 제일 높은 것이다.두 번째 원인은 부정부패다. 그리스에서는 모든 청탁을 할 때 촌지를 주는 것이 관행이다.한국 역시 지난해 부패인식지수가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였다.불안한 정국도 양국의 공통점이다. 그리스에는 진보성향인 시리자 정권이 들어섰고 국민들이 유로존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라서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갈등을 벌이며 4대개혁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2년 후에 맞을 2017년은 IMF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공통점이 있다. 1997년처럼 2017년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며 북한 정세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97년에는 황장엽 북한 노동당 전 비서의 망명사건이 있었고 현재 김정은의 권력은 완전히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또한 오는 2017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발생한 후폭풍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남아 경제위기 영향이 한국을 때린 1997년과 비슷한 상황이다.다만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1997년처럼 2017년에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 수준이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버는 것보다 많이 쓰면 그리스처럼 될 것”이라며 “한국의 문제는 생산성이 떨어져서 나라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