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과거사 영어 해석 놓고 또 ‘말장난’
세계유산등재 관련 ‘forced to work’ 표현, 기시다 외무상 “강제노동 인정 아니다”
2016-07-0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자국 산업혁명 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영어와 일본어의 미묘한 어감 차이로 국제사회에 대한 농락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시설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직후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대사의 발언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6일 보도했다.사토 대사는 등재 결정과 관련해 세계유산위 위원국들을 상대로 읽은 성명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forced to work),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forced to work’라는 구절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강제 노역’으로 해석해 국내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반면 일본 정부는 일어판 번역문에서 수동형으로 '일하게 됐다'는 표현을 사용해 ‘강제성’을 흐렸다. 한국은 세계유산위 회의에서의 입장 표명 기회에 '강제노동'의 의미를 명확히 담은 ‘forced labour’라는 표현을 쓰려 했으나 결국 한일간 절충에 따라 해당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기시다 외무상은 특히 한일간 청구권 문제에 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발언(forced to work 등)을 일한간 청구권의 맥락에서 이용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계 역사학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성격과 관련해 미국 의회 연설에서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는 표현을 애매하게 사용한 바 있다. 영어에서 ‘human trafficking’은 공권력에 의한 강제동원이라는 의미를 담지만 한국어와 일본어에서는 그런 뉘앙스가 들어있지 않은데다, 아베 총리가 해당 발언에서 행위의 주체를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