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핵으로 明 날릴까
대권후보 경선 전 ‘핵 카드’ 던질 수도
세인들은 아직도 박근혜 대표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을 시도했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지난 93년 발간된 소설가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핵개발이 생생히 잘 묘사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반일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혹은 반미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민족 핵 개발론’이 회자되었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해 왔다. 우리에게 있어 핵은 그만큼 갖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말하기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비핵화 선언 폐기할 수도
우리는 1991년 남북비핵화선언을 통해 한국에서 군사적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 선언은 북한이 사실상 핵이나 핵에 준하는 방사능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이 확실해 진 상황에서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명박 시장과의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쟁에서 계속 밀릴 경우 비핵화선언을 폐기한다는 ‘핵 카드’를 제시해 일거에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비핵화선언 폐기’라는 충격적인 이슈를 꺼내 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을 추진했었기 때문에 ‘박정희 향수’를 다시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
② 남북 대치 속에서 한국도 사실상 어떤 형태로든 핵을 보유하게 되 면 남북이 사실상 확실한 전쟁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 곧 이것은 더 이상 재래식 무기를 계속 다량 구입해 쌓을 필요가 줄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남북의 재래식 무기-병력 축 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③ 핵을 보유하고 싶어하는 민족적 열망의 해소
또한 보수사회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북핵에 대응하는 한국 핵 카드를 던지면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핵 카드는 박근혜의 꽃놀이패?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로 인해 미국의 사주를 받아 암살당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표가 핵 관련 이슈를 제기할 경우 기존 보수층은 물론이고 원래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도 박근혜 대표를 다시 보게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평소 미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던 이들 가운데 민족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비핵화선언의 폐기와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될 경우 북한과 군사적 균형을 맞춤으로서 더 이상 재래식 무기를 다량으로 사서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反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反 보수적인 성향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이 미국의 무기시장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완전한 자주국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불만, 나아가서 미국에 당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박근혜 대표의 핵 카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미적인 성향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미국의 ‘안보 식민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에게 있어 우리의 핵보유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의 핵 카드 제기…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
그러나 박근혜 대표가 핵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희박하다. 일단 현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가 섣불리 핵을 건드리고 나설 경우 엄청난 ‘핵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우선 박 대표의 고정 지지층인 보수층 일각에서 핵 카드를 공연히 꺼내들었다가 우방인 미국을 쓸데없이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막상 핵 카드를 꺼내 든 이후로 진보진영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핵을 개발할 경우 주변국과의 핵개발 경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왜 한국은 핵을 개발해도 되고, 왜 북한은 핵을 개발하면 안되느냐’는 식의 진보진영 일각의 강력한 반발에 부딛칠 가능성도 점 쳐진다.
물론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국제 사회에서 낙인 찍힌 집단 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자체 핵 보유를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한국의 핵 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국제적 핵 확산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이란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란이 핵을 가질 경우 주변국인 터키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핵을 보유하려 시도할 수 있고 이란 핵이 직접적으로 유럽지역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핵을 개발할 경우 특히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일본과 대만이 핵 개발 경쟁에 가세하려고 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미국 핵, 한국 반입 후 공동관리권 행사할 수도
그러나 박 대표 측에서 다른 ‘꾀’를 낼 수도 있다. 그것은 미국 핵을 한국에 반입하고 공동관리권을 달라고 미국 측에 공식 요청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미국 핵’이 국내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박 대표 측의 핵 카드의 형태를 점쳐 보기 전에 먼저 한국에 배치되었던 미국 핵에 대한 정보를 먼저 좀 읽어보자.
군사평론가 지만원 박사가 96년에 발표한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책의 내용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만일 북한이 핵 보유 사실을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남한과 일본에게 핵 우산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갔던 핵을 다시 공개적으로 들여와야 한다. 옛날에는 800여 개의 미국 핵무기가 남한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때 미국은 핵무기에 대한 공동관리권을 한국군에게 주지 않았다.’
‘미국의 핵이 배치되어 있던 세계의 모든 나라는 POC(Program of Coordination)이라는 쌍무협정을 맺고 핵무기에 대한 공동 관리권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에만은 차별대우를 해왔었다. 미국이 만일 핵무기를 재반입한다면 한국인들은 이러한 전철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남한에 핵을 1954년에 반입했다. 이는 당시에 채택된 대량 보복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렇게 반입된 남한 핵은 미국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첫째, 100퍼센트의 대북한 억지력을 행사했다. 둘째, 일본과 한국에서의 핵 확산을 억제해 왔다. 셋째, 북한으로 하여금 전비를 많이 쓰게 해서 경제적으로 몰락케 했다. 북한은 핵무기 때문에 군사시설을 철저하게 지하화했고 대남 침투용 땅굴도 팠다. 땅굴을 통해 일단 남한 병사들과 어울려 싸우면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엄청난 군비를 사용했다.’
한국 핵 개발의 역사
지만원 박사는 한국 핵 개발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1970년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이 절정에 달했을 때 우리가 가장 믿어왔던 미국이 무엇을 했는가. 미국은 한국을 도와주기는커녕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자극받은 박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모든 국민적 물밑 여론이 핵무기 개발을 바랬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에서 발을 빼려는 소위 닉슨 독트린을 채택했다. 이를 추진하는데 여념이 없던 미국은 남한의 핵 개발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4년 인도가 핵 폭발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은 핵 확산 문제에 비상을 걸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와 핵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이 단계에서 키신저가 뛰어들어 핵 거래를 취소하라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1976년에 한국의 핵 개발 계획은 취소되었다.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공약을 강화했고, 핵우산을 다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남한의 핵 개발은 중단되고 북한의 핵 개발은 이제까지계속되어 왔다. 오늘날 남북한 간의 핵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오직 미국의 책임이다. 미국을 우방으로 두었다는 것이 결국은 핵무기 불균형과 미사일 불균형이라는 불리한 결과만 낳은 것이다.’
지만원 박사의 북핵 문제 대안
그렇다면 지만원 박사가 제시한 북핵문제 대안은 뭘까? 지만원 박사가 96년에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제시한 북핵 문제 대안은 두 가지 선택으로 정리된다.
① 한국도 핵을 보유하는 것
② 유엔 감시 하 남북 공통 10만 군축
지만원 박사는 북한과의 한국의 핵 격차는 결국 미국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강조하고, 당당히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책임을 묻고 핵 보유를 선택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 격차의 책임은 미국에게 있으므로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핵을 갖지 말라고 한국에게 그 어떤 나라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만원 박사는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한국과 미국을 당해 낼 수 없는 북한은 결국 생존을 위해 핵을 갖지 않으면 안 되었다’라고 주장하고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싫다면 남북이 유엔 감시 하에 각각 10만으로 병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북한에 대한 안보를 보장해주고 ‘영구분단’을 선택해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그렇게 해야 남북이 결국 통일의 길로 천천히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과 북이 10만 군축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군의 힘으로 북한을 경영해 나가는 김정일 입장에서 군을 10만으로 크게 축소한다는 것은 군 내부의 반발을 생각해 볼 때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려 들지도 미지수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대적인 제재조치를 가할 것인데 어차피 극도의 빈곤을 버텨 온 북한은 그래도 버티려 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결국 미국은 북한을 전쟁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목표는 시간 끌기
국내에서는 북한이 결국 6자회담에서 손을 들 수도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6자회담의 골자는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인데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려 들 가능성도 희박하며 설령 김정일이 핵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핵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지 기존에 갖고 있던 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넓은 북한 영토 어딘가에 은닉되어 있을 핵을 찾아내어 폐기시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6자회담에 응하는 미국의 속내는 아마 북이기존에 갖고있던 핵까지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핵개발을 막으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은 미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손목을 비틀어 봐야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북한 주민이 수백만명 더 죽어도 절대 미국에 굴복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굴복은 곧 자신의 몰락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전략은 ‘시간끌기’다. 일단 시간을 끌만큼 끌어서 북한에 매우 적대적인 공화당 행정부 대신 비교적 온건한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응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또한 시간을 계속 끌면서 한국 국민들의 온정과 반미주의를 자극해 최대한의 이권을 받아 챙기려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버티기’가 과연 미 공화당 행정부에 손해만 주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선 북한이 버티는 동안 한반도의 긴장은 계속 유지된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주둔 명분을 강화시켜는 것이다. 그래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주둔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긴장 유지를 통해 MD개발과 같은 ‘군사적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거대한 무기시장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미국 무기를 계속 판매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 공화당의 대선 전략에도 관계
사실 북한은 미 공화당에게 있어 매우 고마운 존재다. 왜냐하면 북한이라는 뚜렷한 적이 있어야 공화당 입장에서는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철저한 안보를 강조하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북한이나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위협만큼 선거전에서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대외 전략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북한이 위협적인 상대로 존재하는 한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굳게 동맹해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중요한 시장이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시간을 끌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미사일이라는 핵무기 이동수단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미 미국은 MD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결국 북한의 미국 위협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북핵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은 곧 북한 체제가 고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미국에게 있어 적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런 식으로 미국과 북한 간 ‘버티기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미국과 북한, 양쪽의 눈치를 살펴가며 행동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 정치인들은 모두 북한과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는 가운데 대북 유화책이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느냐 하는 것을 놓고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박근혜, 핵 카드 내놓고 자주-중립 노선 천명할 수도
여기서 박근혜 대표 측은 미국 핵을 한국과의 공동관리권 행사 아래 한국에 재반입하고 뚜렷한 자주국방-중립노선을 천명하고 나설 수 있다. 북한과의 전쟁은 막지만 북한에 단호하게 ‘할 말’은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에 핵이 들어와 100%의 전쟁 억제력이 생긴다는 전제가 있다. 이것은 박 대표 입장에서는 북한에 단호하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므로 기존 보수층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또한 남북 상호 핵 보유로 전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재래식 군비축소에 나서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일반 국민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대표의 ‘핵 카드’ 제시 가능성이 낮지만 박 대표가 핵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명박 시장의 독주로 굳어져 가는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선 레이스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쟁에서 핵이 최후의 순간, 비장의 무기로 사용되듯 박근혜 대표 역시 최후의 순간, 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